■특별기고 역병
■특별기고 역병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9.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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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실/장흥군문인협회 회장, 전라남도의회 의원

코로나19 때문에 3년째 시달리고 있던 요즘, 여름 방학이라 해도 원격 수업하느라 애들이 집에만 있었으니 별 느낌이 없을 것 같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린 시절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일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까? 새벽녘 언니들은 보리방아 찧어 밥 하느라 시끌벅적했다. 나는 어린애라서 선잠자고 있을 때였다, 엄니는 밀짚을 세 동강으로 접어 내 뒷목을 걸어 일으켜 업으시더니 화장실 입구로 가셨다. 비료로 쓰려고 소변만 모아둔 큰항아리변기통에 모가지를 걸쳐놓으시고는 “크~은 장두 칼 가져 오너라” 머슴에게 불호령을 내리시며 잔뜩 겁먹게 하셨다. 내 목에 칼을 대며 싹둑 자르겠다면서 “할래, 안할래?”며 다그치시는 엄니에게 잔뜩 놀랜 나는 영문도 모르고 무조건 안하겠다며 악을 쓰고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엄니는 그렇게 나를 놀래키고는 나를 평상에 앉혀 놨다. 그때까지도 나는 놀래어 어깨죽지를 들썩이며 헛기침을 해대며 무서움에 울음을 참아내느라 공포에 떨었다. 엄니는 장독대에 얼개미로 덮어놨던 엊저녁에 먹다 남은 팥죽 한 사발을 떠 수저 하나 꾹 찔러 주시고는 눈물을 닦아주셨다.

그런 엄니가 어린 마음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한동안 주눅든 채 엄니 눈치만 보고 살았다. 초등학교 상급학생 때야 비로소 내가 어린 시절 여름이면 자주 학질에 걸려 하루 걸이 앓기를 잘해서, ‘놀래키면 그놈의 학질이 떨어져 나간다’는 민간요법을 내게 적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역사는 늘 되풀이된다고 한다. 세계 인구 1/3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숫자보다 세 배나 많았다고 한다. 아마도 1차 세계대전도 스페인 독감 때문에 종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 스페인 독감의 정체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조류독감의 변종이었다고 한다. 그 바이러스 때문에 무오년 독감으로 조선인구 1500만명 중 750만명이 걸려 14만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조선왕조실록’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독감 보다 더 무서웠던 것으로, 조선시대 역병이었던 마마, 손님, 두창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던 천연두가 유행 했었다.

천연두는 급성 발진성 질환으로 감염이 되면 고열에 오한과 두통이 나타나고, 나중에는 붉고 작은 반점모양의 피부 발진으로 퍼지고, 나아도 ‘곰보’라고도 불리는 깊은 흉터가 생겨나는 무서운 병이었다. 당시 치료법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조선시대였으니, 아마 지금의 코로나19처럼 퍼져나가는 전염병이었고, 당시 천연두가 전파되었을 시기는 조선조에 최악의 시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 우두(牛痘)를 발명한 영국 의사 겸 과학자인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천연두에 걸린 소에서 얻은 감염 물질을 사람에게 접종하여 천연두를 예방하게 되었다. 이제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천연두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아프지만 옛날 천연두를 이겨낸 것처럼 코로나19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견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빌어 자연이 지구촌에 던진 경고, 수많은 지구가 보내는 신호를 우리 모두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환경이 심상치 않다 예전처럼 반짝하다가 흐물흐물해 질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데 문명이 발달된 만큼 더더욱 편리한 삶을 추구하다 보니 지구를 해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보라! 요즘 지구촌의 기후변화를, 인간의 근원적 삶마저 송두리째 흔들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핵무기도 아닌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이 바이러스와 전 세계가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을.’

앞으로, 더 큰 재앙이 다가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보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연 훼손이 아니라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우리의 생태계를 물려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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