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자연은 그대로일 때 아름답다
특별기고 - 자연은 그대로일 때 아름답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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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희/수필가, 전라남도의회 의원
윤명희/수필가, 전라남도의회 의원
문학계간지(시와사람)

►수필 ‘자연은 그대로일 때 아름답다’는 문학 계간지<시와 사람>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윤명희 씨 작품으로, 작품이 우수하여, 필자의 양해로 여기 전재한다-편집자 주◄

잔잔하고도 풍요로운 강 풍경 앞에 서면 서정적인 시(詩) 한 편이 떠오르기도 하고 선현의 심오한 가르침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강은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이르는 과정에 수많은 샛강을 만들고 마침내는 품이 넓은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는 면에서 도도하고도 유장하게 흐르는 인간의 역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는 대부분 큰 강을 끼고 발전한 것이어서 오래전부터 강가에서 살아온 고대 부족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우리의 미래 역시 얼핏 보이는 듯도 하다. 물은 모든 생명과 직결되는 소중한 존재이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라 했으니, 물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얻는다고 했다. 특히나 농경 시대의 물관리는 국가적으로도 중차대한 일로 물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권력상실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4대강 사업을 실시 해 국민들의 저항을 받았다. 결과는 하천을 정비한다는 명목 아래 자연적인 하천을 직선화하여 물살이 빨라지면서 자정 능력을 상실해 해마다 녹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바닥을 준설함에 따라 생태계가 파괴되어 강을 끼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가 멸종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홍수를 막

고 물의 흐름을 조절한다는 4대강에 세워진 댐들은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만 년 동안 형성된 자연을 왜곡하는 인간의 탐욕은 지금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장흥읍을 관통하고 있는 탐진강에도 하천정비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 및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와 관련된 서적을 구입하러 시내에 있는 서점에 들르고, 환경운동가인 모 인사를 만나 4대강 사업의 폐해와 장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천정비사업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조성된 강의 생태습지를 흙더미로 쌓아 수변공원을 만드는 일이나, 강안을 마구 파헤치는 준설작업은 강의 생태계를 파괴하므로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장흥군은 탐진강이 가로지르는 장흥 읍내 중심부 1㎞쯤의 강 둔치를 정비하여 생태공원(?)을 만들고 화원이나 주차장 또는 경기장으로 개발하여 ‘정남진 물축제’ 무대 등으로 활용

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물축제장 무대 주변을 벗어나 사람의 발길이 뜸한 외진 곳까지 확장하여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준설하거나 정비하고, 강변 둘레길을 만들거나 공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탐진강 정비사업의 명분은 관광문화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고 주민들의 문화·체육공간으로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탐진강 정비 사업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인간의 편에서 하는 일들이 하나를 얻고 둘을 잃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어쩔 수 없이 강의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낙동강에 댐을 만들고 하천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하고 강바닥을 준설한 결과, 댐에 물이 갇혀 있다.

보니 해마다 녹조가 끼고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또한 준설작업으로 강바닥을 파헤쳐 놓으니 수중생명체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파헤쳐진 강바닥에 진흙이 쌓이면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지 못하는 죽은 강이 되는가 하면 강변은 잡풀이 우거지고, 강 주변의 농토에서 는 물이 빠져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환경 운동가는 “강바닥에 쌓여 있는 모래, 자갈 등을 걷어내는 준설작업을 그만둬야 한다. 준설작업으로 강바닥은 맨땅이 되고 그 위로 침전물이 쌓이면서 온통 뻘흙(진흙)이 되어 다슬기도 살지 못한다.

옛날에는 흔하디흔한 은어며 피라미를 지금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자연스럽게 곡선으로 이루어지는 강안에는 물을 따라 흘러온 모래며 자갈이 쌓이고 이 모래와 자갈이 물을 정화시키는 자정 역할을 하는 것인데, 곡선을 없애고 강바닥을 긁어내고, 생태습지도 갈아엎어 평지로 만들어 수변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이다”고 하였다. 공감되는 말이다.

며칠 전 탐진강 가를 다시 거닐었다. 하천정비 사업이 마무리 되었는지, 강안에는 수초 더미 하나 없이 가지런히 정비되어 있었다. 토요시장 주변 강줄기 여기저기에 보를 쌓고 징검다리 등을 놓아 강안에 물이 가득 고여 있어, 얼핏 보기에는 경관이 수려해 보였다. 그런데 실상은 그 준설작업으로 강바닥에 고여 있던 모래나 자갈, 수초들을 다 걷어내 버려 강물 속은 맨땅 위에 진흙만 가득 쌓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종들도 터전을 잃어 옛날처럼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수년 안에 진흙만 쌓인 강의 내부는 산소가 부족해 수중 생명체들도 살지 못하고 썩은 냄새가 진동할지도 모른다.

인간 중심적인 근대적 시선은 왜 멀리 보지 못하는 근시안을 가졌는가? 당장은 강안이 말끔해 보여 보기는 좋을 것이지만 사실은 그 강을 살려주는 어종이며 수초들이 제대로 살 수 없는 환경인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최선이라고 한다. 자연에 인공이 가해지면 그 자체만으로 이미 생태계 파괴에 이르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더불어 자연에 대한 개발행위에 따른 반성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계의 보전과 공유는 또 다른 바이러스 사태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의 보전, 생태계의 회복에는 인공의 여지가 필요 없다. 단지 자연 그대로 보전하면 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 공유 는 길, 서로 보듬어 품고 사는 법이기도 할 것이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강가에서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영탄하였다.

공자는 멈추면 고이고 고이면 썩는, 그러나 계속 흐르므로 썩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이 있는 물의 성질을 파악하고,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여 제자들에게 도(道)를 가르쳤던 것이다. 물이 높은 데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의 질서는 그대로 두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므로 강의 흐름을 인간이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연에게 맡겨야 한다.

생태계의 위기는 자연을 자연 그대로 두지 못하고 이익을 창출하고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빚어진 결과물이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4대강에 댐을 만들었지만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태계의 위기를 몰고 오기 때문에 댐을 해체해야 한다는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간 중심적인 근대적 사고관은 자연을 재화적 가치로 인식하고, 마치 정복자처럼 수탈하고 지배하고 군림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인간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급급하여 자연을 자연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자연과 사람살이의 순리에 대한 도(道)를 생각하기는커녕 그저 지금의 이익, 즉 관광으로 얻어지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듯이 보인다. 불과 수년 앞의 강의 생태계와 인간의 미래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질서 속

에서 순환과 정화작용을 갖추고 있으나 과도하게 훼손되면 자연스러움을 회복하지 못한다. 개발과 정비라는 미명 하에 자연에 대해 행해지는 과도한 훼손은 인간에게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이즈음이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 현상은 자연과 인간의 영역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너무 깊숙이 침범하여 생긴 현상이라고도 한다.

탐진강은 어머니 같이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해 주었다. 갈대며 피라미 한 마리까지도 소담하게 자랄 수 있도록 넉넉하게 품어주던 생명의 젖줄 같은 어머니였다. 하류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어족자원의 보물창고’라 불리던 탐진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슴 깊이 상처 난 어머니인 것만 같다.

자연환경을 자연 그대로 두지 못하고 개발에 몰두하는 인간의 탐욕이 마치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장차 자연이 오만한 인간에게 수시로 보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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