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슬로시티 추진은 생태문명 선도의 선언이다
■사설-슬로시티 추진은 생태문명 선도의 선언이다
  • 김선욱
  • 승인 2021.10.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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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재인증 추진하는 장흥, ‘삶의 질 고양‧행복 충만’의 비전이다

지난 2007년 12월 장흥군은 아시아 최초로 국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슬로시티국제연맹으로부터 2013년 7월에 재인증 심사 끝에 장흥은 탈락했다.

당시 장흥은 슬로시티 실적 자료가 불충분한 점을 비롯해 관련 사업과 슬로시티와의 연관성 부족, 별도 부서와 슬로푸드 식당 부재, 낮은 공무원 인식도 등이 발목을 잡았고, 특히 관광과 체험위주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일부에서 영리를 추구한 측면이 악재로 작용, 슬로시티 재인증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겪었다.

사실상 슬로시티에서 퇴출된 장흥군은 이로써 그해 9월부터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관광객 감소와 슬로시티 로고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 이를테면, 교통표지판을 비롯해 각종 행정 서류, 안내 책자, 홈페이지 등에서 자유롭게 사용해온 슬로시티 로고(달팽이가 마을을 이고 가는 모양) 등이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대대적인 정비 사업이 불가피해졌으며, 슬로시티 인증으로 입었던 유무형의 이익을 더 이상은 볼 수도 없게 되면서 체험 관광과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 특허청 등록상표가 장흥에서 3건이었고 농수축산식품 등 90여 종류가 이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뒤, 장흥군은 민선 7기에 들어서면서 25대 전략사업 중 하나인 친환경 사업 육성의 이미지 제고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지역민 삶의 질 향상, 세계적인 브랜드 창출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슬로시티 재가입을 적극 추진하기에 이르렀고, 지난 9월 9일 장흥군과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양 기관이 상호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장흥군의 슬로시티 회원 가입한다는 목적으로 업무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장흥군은 슬로시티 지정·가입을 위한 사업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날 협약으로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장흥군의 슬로시티 지정 가입을 위한 제반 절차를 대행하고, 슬로시티 운동·정신의 확산 및 공감대 형성을 위해 주민 설명회와 교육 등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장흥군은 지난 9월 15일 한국슬로시티본부에 슬로시티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날 한국슬로시티본부와 협약을 체결했는데, 오는 10월과 11월 중 국내 전문가의 현장 실사와 내년 1월과 2월 중에 국제슬로시티연맹의 현장 실사를 실시하고, 2022년 상반기 중 지정·가입을 목표로 슬로시티 지정을 휘한 제반 활동‧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흥의 슬로시티 재인증을 추진해 온 정종순 군수는 이날, “민선7기의 4메카·4시티의 최종 목표가 '행복 장흥'이고, 슬로시티 이념이 '행복한 삶'이기에 공통의 목표가 같다”면서 “장흥군은 산과 들, 바다와 강 등 천혜의 생태 자원을 보유하여 친환경 유기농법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슬로시티 재지정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흥군의 자연환경의 우수성과 생태적 이미지를 슬로시티와 부합시키면 그 시너지는 극대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슬로시티(Slowcity)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란 의미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으로, 처음에는 패스트푸드(즉석식)에 반대해 시작된 슬로푸드(여유식) 운동을 삶으로 확대한 개념이고,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 나가는 도시’라는 뜻이다.

슬로시티 기원은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카를로 페트리니가 1986년 미국식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즉석식 맥도날드가 로마 중심가에 가게를 내려했을 때 이를 저지하려고 ‘슬로 푸드’ 캠페인을 벌였고, 이 ‘슬로 운동’이 지역의 식재료 사용을 장려하는 이른바 ‘로컬 푸드’ 운동, 즉 ‘슬로 푸드’ 정신으로 발전되었다가 ‘느린 삶을 추구하는 슬로 시티’ 운동으로 격상돼 이제는 전 세계적인 지역 재생 모델로 수범을 보이고 있는 사회 혁신운동인 것이다.

슬로시티는 ‘채우기보다 역으로 비움으로 더 채워 진다’는 의미처럼, 일종의 역발상이다. 빠른 속도와 생산성을 강요하는 도시 브랜드 가치보다 느린 사회의 농경사회의 브랜드가 주류가 되는 사회의 가치관이다.

솔로시티는 인간의 경제 시간이 지구 생태계의 시간을 앞지르면서 초래된 ‘지구 위기’ 문제를 바로잡는 솔루션으로 대두된 생태문명에 그 맥이 닿아 있다. 즉 20세기, 21세기 초의 산업‧과학 문명권이 가져온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등에 맞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요청받고 있는 ‘생태문명’에 그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전 세기(지금 세기도)의 ‘더 빨리, 더 많이’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 있고 즐겁게 살자, 더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도시, 훌륭한 극장, 가게, 카페, 여관, 사적, 그리고 풍광이 훼손되지 않는 도시, 전통 장인의 기술이 살아 있고 현지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도시,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 즐거운 삶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추구한다.”

슬로시티 선언이다. 이것이 슬로시티 정신이다. 슬로시티의 요체는 자연으로 회귀가 아니다. 자연의 파괴를 지양하고 자연과의 공존‧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운동인 것이다. 그 목표는 곧 행복 충만, 행복 시대의 개막에 다름 아니다.

슬로시티 운동은 저비용 고효율의 가치를 지닌 민간 주도의 건강한 사회운동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사람 중심의 시민운동이다. 빠름이 대세인 시대 흐름에 '역행'하지만, 되레 인간성 회복,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운동인 것이다.

과거 장흥의 슬로시티 지정 해제는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질’보다 눈에 보이는 ‘관광’에 장흥이 더 눈독”을 들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의 질이 우선이고, 그처럼 삶의 질이 향상되는 곳에 관광은 자연 따라오게 돼 있는 것이다.

장흥 지역, 장흥의 농어촌이 위기다. 더 정확히는 농촌마을이 위기며 장흥군 모두 위기다. 다행히 생태문명이 요청받는 오늘날, 장흥은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 생태문화의 활성화는 물론 선도할 수도 있어서이다. 장흥이 계획대로 내년에 슬로시티 재인증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로 슬로시티 정신으로 덥입혀지며 그 가치를 충분히 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장흥 행복시대’의 개막이고 장흥의 지속 가능성은 무궁할 것임에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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