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수상 - 박달나무의 신비
장흥 수상 - 박달나무의 신비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10.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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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山月/시인

우선 박달나무의 신비를 거론함에 서설이 길어질 것 같아 조심스럽다. 이해를 바라면서 난필을 이으련다.

중국 신화에 반고(盤古)는 하늘땅을 만들고, 여와(女蝸)는 사람을 지어 다스렸다. 회남자(淮南子)와 초서, 풍속통 등의 고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대의 문헌에는 여와가 인면사신(人面蛇身)으로 복희씨의 아내, 또는 누이동생이라는 설도 있다.

상고시대, 여와가 황제였을 때의 일이다. 여와의 제후인 공공(共工)씨와 축융씨가 영역 다툼으로 싸워 공공씨가 죽었다. 이에 몹시 화가 난 여와가 부주산(不周山)을 머리로 받아 하늘이 부서졌다. 그러자 여와는 부서진 하늘을 오색 돌로 메우고 기우며 흔들리던 땅을 고정시켰다. 그때 기울어진 지축이 지금까지이다.

여와의 인간 다스림도 독특했다. 여와는 호리정(狐狸精)이라는 요괴를 시켜 은나라 주왕(紂王)을 타락시키라고 주문한다. 호리정은 요부 달기로 변신하여 주왕을 유혹했다. 주왕으로 하여금 잔혹한 정치를 하게 하여 민심을 잃어 나라가 망하게 하였던 것이다.

본시 달기(妲己)는 지금의 중국 해남 온현 출신으로 유소(有蘇)의 딸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의 여러 고서에는 여와와 달기에 대해 너무도 기이한 가설이 많아 번잡하기도 하다. 대개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우주 창조와 그들의 종조에 대해 기상천외한 신화적 내용을 가지고 있음은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희대의 요괴요 독부이며, 음탕한 달기는 은의 마지막 왕인 주왕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여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날마다 주지육림에 환희와 사치를 즐기는 것도 모자라 많은 충신들을 불복종 죄로 다스려 잔인하게 죽였다.

이를테면, 구리 기둥에 기름을 발라 숯불 위에 걸쳐 놓고 죄인으로 하여금 그 위를 걷게 해 미끄러져 타 죽는 포락형을 가하여 웃고 즐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큰 구덩이에 죄수와 독사와 전갈을 함께 넣어 죄수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겼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결국은 주왕과 달기에 반발하는 무리가 일어났으니, 그들이 훗날의 주나라 문왕과 무왕과 주공이다. 무왕은 우선적으로 달기를 붙잡아 처단했다. 이때 그 달기를 때려잡은 몽둥이가 박달나무였던 것이다.

예부터 박달나무는 신목(神木)이었다. 천제 환인께서 환웅을 태백산(백두산)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 보냈다. 그 신단수의 나무가 단목(檀木)이라는 박달나무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나무 중에 박달나무가 신목이 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기에 구미호 달기는 박달나무 몽둥이로 내려쳐야 죽게 돼 있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죽어가는 달기는 꼬리 아홉을 내밀며 죽었다. 주나라 무왕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우리 동이족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 백여우란 구미호는 까무러칠 정도의 요녀로 변신을 잘하여 사람을 괴롭혔다. 보통의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은 송장 백을 파먹고 백년이 지나면 백여우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옛날의 여우는 갓 장사지낸 묘의 송장을 잘도 파먹었다. 그러기에 장사 삼일이 되는 삼우제(三虞祭)에는 꼭 묘소에 가서 살피는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명절에 성묘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서 술사 전우치의 이야기를 아니 할 수가 없다. 조선 중기 이웃 영암 월출산 출신 전우치가 백여우의 갓옷을 구해 입고서 변술을 잘 부렸다.

한번은 송도의 화담 서경덕이 산길을 가는데 앞뒤에서 투명인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며 희롱하였다. 그러자 화담이 전우치의 목덜미를 붙잡아 소나무 가지 썩은 구멍에 넣어 돌로 막아 놓았다. 보름 후 화담이 그 길을 다시 가다가 돌을 빼어 놓으니 여우가 달아났다. 그가 금강산 유점사에서 금부처를 훔쳐내려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역시 그 백여우를 막아낸 것은 박달나무였다고 전한다.

그나저나, 박달나무는 우리나라 보통 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작나무과의 낙엽 활엽수로 봄에 갈색 꽃이 피기도 한다. 나무의 질이 단단하여 도장을 파거나 가구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 그 박달나무 몽둥이를 가가의 출입구에 하나씩 비치해 둠도 좋을 성 싶다. 도둑은 어쩐지 그 집에는 가기가 싫다고 한다.

정말이다. 박달나무 몽둥이를 현관 위에 걸쳐두면 잡귀도 얼씬 못한다고 하니, 그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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