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 부산면 구룡리 자미마을 뒤쪽 일명 병풍바위[屛巖]라 불리는 암벽 표면에 새겨 놓은 고려시대의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얼핏 보아 아무런 그림도 보이지 않으나 자세히 보면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다.

이 마애불은 1998년 2월 5일 ‘전남유형문화재 제193호’로 지정된 장흥의 문화자산이다.

이 마애불은 고려조 송광사(松廣寺) 16명 국사 중 제6세인 원감국사 충지(圓鑑國師沖止. 1226∼1292)의 상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 여래좌상의 조성 배경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조계산송광사사고(曹溪山松廣寺史庫)>의 ‘원감국사일적(圓鑑國師逸蹟)’에 따르면, 이 마애불은 원감국사 충지(沖止)의 진형(眞形)으로 전한다.
장흥읍의 주봉이라고 할 수 있는 장흥경찰서 뒤편 산을 장원봉(壯元峯)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름 아닌 충지와 그의 아우가 과거에서 모두 장원을 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주지하디시피, 원감국사는 장흥 출신으로 과거 급제 후 29세의 나이로 원오국사(圓悟國師)의 문하에서 출가한 뒤 스승의 뒤를 이어 고려 수선사(修禪社)의 제6세 조사(祖師)가 된 당대 저명한 선승인데, 인근 승주 정혜사(定慧寺)의 중창불사를 주도하기도 하였다.

장흥군은 도 통일신라 말 가지산파(迦智山派)의 선문(禪門)이 개창되었던 지역으로, 도선(道詵)등이 선풍을 진작시킨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듯 장흥 일대는 보림사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 용화사
(龍華寺)의 석불좌상, 장흥 옥룡사지(玉龍寺址) 석불좌상 등을 비롯한 적지 않은 수의 나말여초 시기의 불상들이 전하고 있다.

장흥 구룡리 마애여래좌상의 조성연대는 조각기법이나 관련 문헌기록 등을 염두에 둘 때 이보다는 시기가 다소 늦은 고려 13세기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높이 4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대형 불상이나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려 현재는 전체적인 윤곽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상태이다. 마애불의 얼굴은 넓적한 사각형으로 민머리에 육계(肉髻)가 솟았는데, 큼직한 이목구비와 오뚝하게 돌출한 코가 특징인 존안은 위엄이 넘친다.

체구는 장대한 편으로 목이 짧고 어깨는 넓다. 양 어깨를 가리는 통견식(通肩式)으로 대의(大衣)를 입었으며 수인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얼굴이나 상반신에서 두드러지는 장중함에 비해 무릎 부분이나 손의 조각에서는 빈약함이 엿보이며 조각
또한 형식적으로 처리되었다.

이 마애불은 거대한 규모의 대형 불상이나 전체적인 윤곽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상태이다. 마애불의 얼굴은 위엄이 넘치나 무릎이나 손의 조각에서는 빈약함이 엿보인다.

이 마애여래좌상이 원감국사 충지의 모습이라는 설의 진위와는 관계 없이 통일신라 말 선문(禪門)이 개창되었던 장흥지역에 전하는 마애불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