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사를 찾은 사람들①-고려, 원감국사와 김극기
보림사를 찾은 사람들①-고려, 원감국사와 김극기
  • 장흥투데이
  • 승인 2022.03.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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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빛은 눈을 씻고 물은 마음을 깨끗이 해준다”

김희태/전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
김희태/전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
<신증동국여지승람> 장흥도호부 불우조의 가지사 김극기 시

 

 

 

 

 

 

 

 

 

 

보림사에 주석한 스님이나 불사에 관계한 사람들 외에는 어떤 사람들이 찾았을까.

먼저 고려시대 스님으로 장흥출신인 원감국사 충지(1226~1293)도 시를 남긴다. “보림사 입공이 서울 간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지어 보냄(聞寶林立公將如京 作句寄之)”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송광사의 제6세국사인 원감국사가 보림사의 승려에게 시를 보낸 것이다. 다만, 이 무렵에 직접 보림사를 찾았는지와 보낸 시기도 잘 알 수 없지만 보림사에 주석했던 스님에게 시를 보낸 것을 보면 그만큼 보림사의 위상이 있었을법하다는 것이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영산현 영취산 보림사, 송화현 용문산 보림사, 아산군 동림산 보림사 등 같은 명칭의 보림사가 있어 좀 더 검토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원감국사는 보림사가 속한 같은 현인 수령현(遂寧縣) 출신이다. 현재의 장흥군 장흥읍 동동리 일원이 치소이다. 이 수령현은 백제 때는 고마미지(古馬彌知), 통일신라 경덕왕 때 마읍(馬邑)이라 하던 것을 고려시대에 들어 940년에 수령현이라 하였다. '피재(血峙)' 너머 장동과 장평 일대의 계수현(季水縣)은 장택현(長澤縣)이 되었다.

이에 더하여 현재의 장흥 부산면 구룡리에 있는 마애여래좌상(전라남도 유형문화재 193호)이 송광사 쪽을 향해 있는데 원감국사의 상이라고 전해 오는 것(<장흥읍지> 정묘지, 1747)이나 장흥읍 동동리의 장원봉(壯元峯), 거말봉(居末峯) 등의 지명이 수령현에 세거하던 원감국사(속명 위원개) 속가(俗家, 장흥위씨)의 위상과 연관되고 있음을 볼 때 장흥 보림사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원감국사는 1286년 61세 때 조계 6세 국사가 된다.

다음에 그 시를 옮겨 본다.

보림사 입공이 서울 간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지어 보냄 聞寶林立公將如京 作句寄之)

보림의 숲속 오동나무 가지가 있어 寶林林裏有梧枝(보림림리유오지)

가지 얽어 瑞鳳의 둥우리 지울 수 있으련만 引得營巢瑞鳳兒(인득영소서봉아)

들으니 이 봄에 날아가려 한다니 聞道乘春欲飛去(문도승춘욕비거)

알지 못하겠노라, 어느 때 다시 찾아오려나. 不知何日更來儀(부지하일갱래의)

고려 시대 명종(1171~1197 재위)때 보림사를 찾은 또 다른 인물로 시인으로 유명한 김극기(金克己)를 들 수 있다. 조선시대 초기에 국가에서 편찬한 인문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권 37 장흥도호부 불우조 가지사편에 실린 김극기의 시는 호젓하고 아늑한, 그러면서도 시에 표현한데로 “산 빛은 눈을 씻고 물은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시를 남겼다. 직접 현장을 찾지 않고는 이 같은 시상(詩想)이 떠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불구불 골짜기 흐르고 숲이 우거진 곳 崎嶇度壑窈穿林(기구도학요천림)

새들만이 만첩 봉우리 위로 나는 구나 鳥上登攀萬疊岑(조상등반만첩잠)

범 다니는 길에는 푸른 이끼가 한창인데 虎經通幽蒼蘚合(호경통유창선합)

법당을 흰구름이 감싸 안았구나 龍堂架險白雲深(용당가험백운심)

해가 더디니 섬돌에는 온갖 꽃이 웃고日遲玉砌千花笑(일지옥체천화소)

바람이 빠르니 동산에 많은 나무들이 읊는다. 風急金園萬木吟(풍급금원만목음)

밑바닥까지 본디 한줌의 티끌도 없으니 到底元無塵一撮(도저원무진일촬)

산 빛에 눈이 맑고 계곡물에 마음이 깨끗하구나. 山光潑眼水澄心(산광발안수징심

이러한 자연 환경 속에 위치한 보림사는 울창한 숲과 맑은 물 그리고 청정한 공기의 탓으로 예부터 많은 선객이 수행해 왔으며 많은 시인 묵객이 찾아들어 학문을 닦아 왔던 곳이다.

*김희태, 보림사를 찾은 사람들, <장흥문화> 25, 장흥문화원, 2003. 82~101쪽

*<원감국사집>(진성규역, 아세아문화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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