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장흥읽기(8) -전국적으로 유례가 드문 장흥 척사윤음비(斥邪綸音碑)
김희태의 장흥읽기(8) -전국적으로 유례가 드문 장흥 척사윤음비(斥邪綸音碑)
  • 장흥투데이
  • 승인 2022.04.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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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전 전라남도문화재전문위원

장흥향교 앞에 27기의 비석군이 있다. 이 가운데 특이한 비석은 1881년(고종 18) 10월에 세운 척사윤음비(斥邪綸音碑)이다. 아마도 전국적으로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1985년 첫 대면한 이래 언젠가 자세히 보려니 하다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 비는 앞면에 비문이 있고 뒷면에 세운연대가 표기되어 있다. 비제는 ‘御製諭大小臣僚及中外民人等斥邪綸音碑’이며 17행의 본문이 있다. ‘척사’란 정학(正學)과 정도(正道)를 지키고 사학(邪學)과 이단(異端)을 물리치자는 것이다. 정학은 주자학, 사학은 서학을 이른다. 윤음이란 임금이 신하나 백성에게 내리는 말로 오늘날의 법령과 같은 위력을 지닌다.

끝에 ‘通訓大夫行長興都護府使兼長興鎭兵馬僉節制使臣---“이라 하여 당시 장흥부사 직이 보인다. 비석 아랫부분은 훼손되어 인명은 알기 어려우나 <장흥읍지>에 따르면 이학래(李鶴來)이다. 1880년(고종 17, 경진) 8월 도임해 1882년(임오) 12월까지 재임했다.

뒷면에는 ’聖上卽阼十八年辛巳十月 日 立‘이라는 세운 연대를 새겼다. 임금이 즉위한지 18년 신사년으로 고종 18년, 1881년이다.

이 비를 세우게 된 것은 당시 시대배경과 연관이 있다. 사교(邪敎, 서학)가 들어 와 세상을 미혹시키고 백성들을 물들게 하는데 이를 배척하여 민심이 스스로 안정되어 편안해지고 순박한 풍속이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을 염원한 것이다.

<고종실록>(18권)에 따르면 1881년(고종 18) 5월 15일(병자)에 척사 윤음을 팔도(八道)와 사도(四都)에 내려 보내는 기사가 있는데, 이때 내려진 내용을 빗돌에 새겨셔 10월에 세운 것으로 보인다.

척사윤음은 1839년(헌종) 처음 내려지는데 언해본을 포함하여 책으로 간행되어 배포된다. 이후 몇 차례 척사윤음이 내려지는데,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장흥향교 앞에 소재한 1881년의 척사윤음비는 조선후기 서학의 대두에 대하여 이를 극복하려는 정책방향을 알 수 있는 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또한 국왕의 윤음이 지방 고을 현지에 세워져 백성들에게 전달되는 경과를 알 수 있는 금석문 실물 자료로서도 중요하다.

장흥향교 앞 비석군 27기 가운데 세운 연대를 알 수 없는 것은 2기이며, 1945년 이후에 건립된 것은 6기이다. 이 가운데 조선시대 장흥부사 선정비(불망비, 거사비, 애사비) 13기, 조선시대 말기~대한제국기 장흥군수 선정비 5기가 있다. 이희익군수는 3기(1902년 1기, 1904년 2기)가 있다. 향교 중개수와 관계되는 것은 1971년에 세운 대성전 중건기적비와 의연비, 1997년에 세운 명륜당 중건비이다.

척사윤음비[국역문]

어제 유 대소신료와 중외민인 등 척사윤음비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 너희들 모든 관리와 온 나라의 백성들은 나의 말을 똑똑히 듣도록 하라. 널리 생각건대 우리 열성조(列聖朝)에서는 현명한 정사와 밝은 교화로 백성들을 잘 다스리어 백성들에게 악행이 없었으며 추향(趨向)이 바르고 풍속이 순박하여 삼대(三代) 때에 비해 손색이 없어서 온 세상에 소문이 났었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이 모두 공맹(孔孟)의 거룩함을 존중할 줄 알았고 마을의 수재(秀才)와 어린 선비들은 정주(程朱)의 학문을 숭상하지 않은 자가 없었으니, 이것은 어진 이를 친히 하고 이로움을 즐겨하여 놀면서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백성들아! 내가 외람되게 열성조의 큰 기반을 이어받고 열성조가 물려준 백성들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중단 없는 일념으로 어찌 감히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으로 선대 임금들을 계술(繼述)하는 방법으로 삼지 않겠는가?

불행하게도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소식이 있으니, 양편 사이에서 처음 보는 일종의 사교(邪敎)가 태서(泰西)로부터 들어와 세상을 미혹시키고 사람들을 속여 백성들이 더러 물든 지가 이제 100년쯤 되었다. 이전에 정묘(正廟)의 융성할 때 그 기미를 막고 그 침잠하는 것을 막은 것이 실로 이미 뿌리를 없애고 덩굴 풀을 제거한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종자에서 또 종자가 생겨나고 소멸하였다가는 이내 성해졌다. 중간에 크게 징계한 것이 또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형상을 감추고 그림자를 숨기므로 보이지 않는 근심은 언제나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의 추향이 점점 어그러지고 백성들의 풍속도 점점 물들게 된 것이 일찍이 이것으로부터 말미암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아! 저것이 종교가 되어 말로는 하늘을 공경한다 하지만 그 귀결은 신을 업신여기고, 말로는 선(善)을 권장한다 하지만 결국은 악(惡)을 전파시키는 것이니, 이것은 진실로 금수(禽獸)만도 못하고 독사와 같은 것이다. 진실로 사람의 성품을 가진 자라면 누가 그것이 짐독(鴆毒)과 같아 가까이 할 수 없고 쏘는 물여우와 같아 가까이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그러나 저 너절한 것들은 언제나 머뭇거리며 도사리고 있으며 근래의 무뢰배들은 때를 타서 몰래 발동한다. 어두운 밤에 담을 뚫고 곳곳에서 사건을 자주 일으키며 대낮에 약탈하여 왕왕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뜬소문을 퍼뜨려 민심이 편치 못하다. 또 인심이 점점 어그러지고 점점 오염될 뿐만이 아니니, 어찌 사당(邪黨)을 모조리 제거하지 못한 탓으로 말미암아 그러지 않을 줄을 알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고 보면 어찌 한심하지 않겠는가?

대체로 이것을 반복하여 생각해볼 때 오늘날 거짓을 없애고 도적을 없애 우리 백성들을 안정시키는 방도는 진실로 사당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데 있다. 그러나 만약 완전히 청산해버리는 방도는 옛날에도 부족함이 없었으니 지금이라 해서 어떻게 더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또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뿐이다. 병이 침노하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은 원기(元氣)를 보충하는 것만 같은 것이 없고 더러운 때를 없애려는 사람은 몸을 깨끗이 씻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지금 사교(邪敎)의 오염을 씻어버리려고 하는 사람은 우리의 유술(儒術)을 더 잘 닦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무릇 선비의 갓을 쓰고 선비의 옷을 입고 공맹의 가르침을 강론하고 정주의 학설을 외우는 사람이 진실로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할 때에 성인의 훈계를 떠나지 않고 급한 때나 위태로운 때에도 반드시 성현의 경전(經傳)을 따르며 정도(正道)를 행하고 좋은 풍습을 일으킨다면, 이른바 사교에 물든 무리들을 비록 적발해내고 소굴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머리를 쳐들고 지나가지 못할 것이고 올빼미 같은 소리도 변할 것이며 짐승 같은 마음도 고쳐질 것이다. 도적질하는 무리와 같은 이들도 본래는 모두 선량한 백성들이니 토벌하지 않아도 그만둘 것이고, 민심을 소란시키는 거짓말도 원래는 근거 없는 말이니 반드시 꼬치꼬치 따지지 않아도 없어질 것이다. 이에 민심은 스스로 안정되어 편안해지고 순박한 풍속이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맹자(孟子)는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을 배척하여 마침내 원칙으로 돌아오게 했을 뿐이다. 원칙이 바로잡히면 백성들이 일어나고 백성들이 일어나면 사특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니, 의미가 있지 않은가?

아아! 나의 대소 신하들과 백성들은 위를 향하는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아 나를 도우려고 생각 하면서, 어찌 원칙을 바로잡아 백성들을 일어나게 하는 것을 모든 말의 으뜸으로 삼지 않는가? 이후로부터 만약 다시 사교에 깊이 물들어서 자기 습성을 고치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고 유인하여 깨끗한 것을 더럽히는 자가 있다면 가족과 종족을 멸살시키는 처벌이 또한 부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법을 쓰는 것은 가라지를 제거하여 곡식의 싹을 보호하듯이 악을 제거하여 덕을 심는 것이 곧 우리 열성조의 유민(遺民)을 보호하는 지극한 뜻이다. 이에 분명히 하유(下諭)하니, 모두가 나의 애통한 마음을 잘 알아주기 바란다.

통훈대부 행장흥도호부사 겸 장흥진 병마첨절제사 신----

1881년(고종 18, 辛巳) 10월 일 세우다.

*척사윤음비 원문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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