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장흥일기(11) 탁족, 옷섶을 풀어헤친 채 개울물에 발을 담근다
■김희태의 장흥일기(11) 탁족, 옷섶을 풀어헤친 채 개울물에 발을 담근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2.06.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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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조상들은 어떻게 쉬었을까1

김희태/전 전라남도문화재전문위원

우리의 조상들, 그 가운데 조선의 선비들은 어떻게 쉬었을까. ‘놀이’, ‘휴식’, ‘여가’ 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생활했을까. 그들이 쉬는 방법. 단순한 휴식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함의가 있었을까. 그런데 옛 자료를 들추어도 오늘날 생각하는 휴일, 휴무, 휴가, 휴식의 개념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유산, 완상, 시회, 유식, 탁열, 탁족, 천렵. 또한 그 한계를 뚜렷하게 나누기도 어렵다.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이며, 그 자연은 우주로 인식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득승양성(得勝養性), 아름다운 경치속에서 성품을 기르고 자연과 마주해서 마음을 닦아라. 책만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은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정민)에 논한 글이다.

찌는 듯 더운 여름철

학창의를 입은 선비

그 뒤를 졸망졸망 따라가는 시동

저 산 모퉁이 돌아갔던가

연전에 막역한 벗들과 왔었는데

이젠 나이 들어 출입이 편치 않다는 기별

허는 수 없지

나 혼자라도 나서봐야지

혼자 가려니 했는데

시동아이 따라 나선다.

오랫동안 집안일을 봤던 터라

함께 있으면 나도 편안하다.

장승배기 지나 오리길

산모롱이 돈다.

거기 솔숲 길게 줄지어 있고

개울물 소리도 들린다.

전에 저 나무숲 뭐라 했던가.

숲정이라 했던가

동네 지킴이가 이야기도 했었는데

그런 세상사까지 다 기억해야 하나

풀어헤친 채 개울물에 발을 담근다. 그런데 물이 너무 차가웠다. 이런 이런. 두 발을 서로 꼬며 어쩔 줄 모른다. 옆에 서 있던 시동은 그 심정을 아는 듯 시원한 청주를 건네준다. 한 모금 들이키고, 한 숨 돌리니 몸도 시원해지고 마음도 상큼하다. 시흥이 돋는다.

발을 씻다(濯足)

산속 샘물에 발 담가 더러움을 씻으니

(垂足山泉洗垢塵 수족산천세구진)

한가로워 일마다 청신하지 않음이 없어라

(閒居無事不淸新 한거무사불청신)

물이 탁하면 발을 씻어라 말했다지만

(若言濁斯方斯濯 약언탁사방사탁)

진흙이 도리어 몸을 더럽힐까 두렵다오

(却恐淤泥反汚身 각공어니반오신)

위백규(1727~1798)의 《존재집》에 실린 시를 서사로 풀어 본 것이다. 장흥 천관산 장천동 계곡의 탁족.

탁족(濯足)은 전통적으로 선비들의 여름철 피서법이다. 계곡의 찬물에 발을 담그고 자연 속에서 더위를 털어낸다. 발은 온도에 민감한 부분이고,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발만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진다. 흐르는 물은 몸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해 준다.

탁족은 정신 수양이기도 하다. 탁족을 함으로써 마음을 깨끗하게 씻기도 하였다. ‘탁족’은 《맹자(孟子)》의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나의 갓끈을 씻으리라.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한 구절에서 취한 것이다. 중국 초나라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도 나오는 이 구절은 물의 맑음과 흐림이 그러하듯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의 처신 방법과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부터 탁족은 문사들과 화백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어 왔다.

(*위 글은 <대동문화> 102호(2017년 9∙10월호), 특집 - '쉼, 행복을 위한 간이 정거장, 32~35pp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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