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이정호, 시인으로 등단
서예가 이정호, 시인으로 등단
  • 김선욱
  • 승인 2022.06.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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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운동 (154호) 여름호 ‘산딸나무’ 외 4편으로
10편 응모 시 - “심사위원 모두 마음 사로잡았다”

 

 

 

 

 

 

 

 

 

 

서예가 야천 이정호 씨가 문학전문지 계간 <문예운동>(154호) 여름호 신인 추천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정호 씨의 신인상 수상의 추천 시는 ‘산딸나무’ ‘봄 나들이’ ‘삼월, 동백 숲에 앉다’ ‘오동도 삼월’ ‘차(茶)의 침묵’ 5편이다.

심사위원장 성기조 시인(한국교원대 명예교수)은 “응모한 10편의 시 모두가 일정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 성실한 습작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접수된 시편들을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이 이 시인의 눈이 옳다는 것이다. 10편의 시 속에는 시인의 고른 숨결과 감정이 담겨 있어 앞으로도 크게 기대되는 믿음이 간다.

”병실에서는 / 새벽 창문마다 꽃 피어나듯 / 별들이 뜬다 // 사람들은 아침마다 / 어둠을 동여맨 붕대를 풀고 / 자기 별을 닦는다 / 그러다 어느 날 / 아침이 오기 전 / 별이 되는 이가 있다”(시, ‘산딸나무’ 일부)

이처럼 잔잔한 읊조림은 슬픔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어 함께 심사한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를 쓰는 세계에서 좋은 시인을 만난다는 것은 크게 기뻐할 일이다. 등단 후에도 더 좋은 시를 위해 고심하는 큰 시인이 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성기조 선생에 의하면, 이종호씨 응모시 10편 모두 신인으로서 보기 드문 완성도 있는 시들이었지만, 규정상 10편 중 5편만 추천 작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예가로 활동하면서 암으로 투병 중인 이정호 씨는 “ …시작(詩作)하는 일이 내게 몸에 박힌 암종을 치유할 수 있는 방편이길 막연히 기대했다. …나의 시어(詩語)로서 아픔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있을까. 내 삶을 캄캄하게 뒤집어 쓴 몽두(蒙頭)를 벗어버릴 수는 있는 걸까? …이제 소감문(당선 소감문)을 쓰는 이 지점에 헝클어진 나의 육신에게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길 마음 모아 기도한다…”고 당선소감을 적었다.

신인답지 않게, 탄탄한 구성, 참신한 시어, 정제된 시구의 이미지화, 단일한 주제의식 등에서 완성도 깊은 시를 쓰는 이정호 시인이기에, 향후 그만의 독특한 시 세게 구축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당선 소감>
  신인 당선 소식을 듣는 이 아침도 내 몸뚱이로부터 경고를 받고 있다.
처음엔 바닥도 모르는 웅덩이에서 허우적거리거나 낯선 골목길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한참 나중에서야 누구나 자기 육체로부터 배신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았다. 따로국밥처럼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따로육신이 가능하단 것도 알았다. 몸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헛소린 줄만 알았다.
  그래서 해진 그들을 한사코 잡아매려고 어제를 오늘과 잇듯 하루에 하루를 바느질해 왔다. 이런 나에게서 시작(詩作)하는 일이 몸에 박힌 암종을 치유할 수 있는 방편이길 막연히 기대했다.
 약재를 구해 가리고, 비율을 맞추고, 달이고, 조려서, 진국만을 짜내고, 마침내 찌꺼기를 버리는 일들. 이런 낱낱의 과정이 마치 시를 쓰는 것과도 흡사하기에 가능할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나의 시어(詩語)로서 아픔의 굴레를 벗어 날 수는 있을까?
내 삶을 캄캄하게 뒤집어쓴 몽두(蒙頭)를 벗어버릴 수는 있는 걸까?
폭풍우에 검은 섬처럼 부유하던 날들, 그 아포리아를 극복할 수도 있을까?
망설여지는 나날들이 악몽처럼 두텁고 무거웠다.
 이제 소감문을 쓰는 이 지점이 헝클어진 나의 육신에게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길 마음 모아 기도하지만 생오지 땅에 들어선 듯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시 짓는 농부가 될 자질이 부족함에도 격려와 용기로 글씨 뿌릴 텃밭을 주고 이름표를 붙여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정호 프로필>
*전남대학교 대학원 졸업
*제 53회 전라남도미술대전(서예) 대상수상
*「조선차와 동다송」발간
*「노자(도덕경)의 생각을 읽다」발간 
* 서예개인전(3회)및 초대전(4회)개최
* 현, 야천서예원(원장), 갤러리카페-마을기업 다숨(이사)
* 이메일 - 2seoroga@naver.com
* 현 주소 : 전남 장흥군 (읍) 읍성로 165-21(야천서예원)

-당선 시-


다소곶차(茶所串茶)

녹슨 세월 더께만큼
초록의 눈물 온도만큼 사랑할 일이다
옹기 속 깊은 침묵으로
때로는 어둠을 살아갈 일이다
 
추위를 털어 낸 봄 산을 닮은 듯
둥글게 살 일이다 
햇살이 송곳같이 파고들어 응축되듯
더 야무질 일이다

한때 부서져서 더 단단한 너의 몸
물속 고요의 몸부림은
자진모리 장삼 자락에서 승무가 되고
천마리 학이 펄펄 날아오른다
 
영혼의 갈증을 풀어 주는 너의 넋으로
향불 켜고 온다면
우담바라로 온다면
몇천 년의 기다림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향기로운 영혼을 선뜻 내어주고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숭고함
너는 귀한 나의 연인일 테니
마침내 한 호흡을 이룰 테니
 
초록의 기억이 술술 풀려날 그 날이 오면
한 번만이라도 향기롭게 살 일이다
그 향기에 빠져 죽어 볼 일이다
너를 쏙 빼닮을 일이다.

*다소곶차(茶所串茶) - 상표등록한 장흥떡차의 브랜드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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