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剩餘)와 경건(敬虔)
잉여(剩餘)와 경건(敬虔)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10.18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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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영표/시인

나, 가난했을 땐

부족한 것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네

불편을 감수하며

불평하지 않았네

필요가 채워지면 기뻐했었네

작은 것에 감사하며 행복했었네

나, 풍요를 누리며

은혜를 망각했네

남아도는 잉여에

감사를 빼앗기자

불만이 찾아왔네

불평하기 시작했네

과잉이 깨운 야성 탐욕이었네

환락에 무너진 인격이었네

나, 경건을 누리자

희락이 찾아왔네

곤고한 날에는 뒤돌아보며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는 경건

나누지 않으면

기쁨 또한 모른다며

기분 좋게 나누라네

기쁨을 누리라네

잉여 속에 담긴 경건의 의미

세속에 젖지 않는 사랑이었네

가난하고 약한 자 돌보아 주는

복음의 진리였네, 축복이었네

한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쟁기질이 끝나고 시장기가 돌 무렵이면 습관대로 나무 밑에 놓아둔 빵 한 조각을 먹었다. 어느 날 그의 빵이 감쪽같이 사라졌고, 농부는 말했다. “오늘 하루 굶는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 누구든 그 빵이 필요했으니 가져갔겠지. 그 사람이라도 잘 먹으면 됐지. 뭐.” 빵을 훔친 건 마귀였다. 농부에게 죄를 짓게 만들려고 빵을 훔쳤던 것이다.

그러나 농부는 빵도둑에게 악담을 퍼붓기는 대신 오히려 축복했다. 마귀는 다른 술책을 꾸몄다. 빵을 훔치는 대신 농부의 수확을 늘려주기로 했다. 하인으로 변장한 마귀의 도움으로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도 농부는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었다.

곡식이 남아돌자 마귀는 농부에게 술을 만들라고 부추겼다. 남아도는 양식은 쾌락의 도구로 변질됐다. 농부는 친구들을 불러들여 질펀하게 마시며 즐겼다. 술에 취하자 농부는 동물로 변해 갔다. 마귀 대장이 농부가 타락한 이유를 물었다. 마귀가 대답했다. “자기가 한 일이라곤 농부에게 필요한 양보다 많은 수확을 해준 것밖엔 없다.” 이것은 톨스토이의 ‘마귀와 빵 한 조각’이란 글의 내용이다.

영국의 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창조적 소수에 의해 바뀌어가지만, 일단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일을 성사시킨 자신의 능력이나 방법을 지나치게 과신해 우상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봤다. 자신의 과거 성공 경험을 믿고,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했던 방법을 절대적 진리라고 착각해 실패하는 경우를, 토인비는 ‘휴브리스(Hubris)’로 규정했다.

이후 휴브리스는 역사 해석학 용어로 그치지 않고,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집착해 실패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뜻이 확대됐다. 쉽게 말해 휴브리스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능력만을 절대적 진리로 믿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든, 또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든 상관없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방식대로 일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의 부질없는 오만을 뜻한다.

경건이 빠진 성공과 잉여는 모두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봐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는 전도서 말씀을 묵상하다,

우상화의 오류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보수도 진보도 휴브리스의 블랙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구경하다 떠나가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피를 흘리게 될 것이란 지인의 말이 귓전을 맴도는 새벽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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