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인/시인
물과 바람
나는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이미 물이 되었지요
당신은 나를 마시고
나를 떠서 세수를 하시고
나를 따뜻하게 데워 발을 씻으시고
그리하여 나는
밤마다 당신의 꿈속에 스며드는 피톨이 되지요
당신은 이미 바람이 되었어요
나는 당신을 가슴 안에 품고
당신을 호흡하고
당신을 통해 산과 바다를 만나고
세상 냄새를 맡아요
내 몸속은 지금
향기로운 당신의 꽃바람으로 가득해요
--<물과별> 2022년 하반기 통권 2호
*백수인 : 시집 <바람을 전송하다><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푸른사상,2021)가 있다.
시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정년퇴임. 현재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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