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옥/시인
가을 여정旅程
김동옥/시인
파란 하늘이 투영된 예양강은
뭉게구름 쉼 없이 피어오르고
꽃망울 터뜨리는 거친 숨소리가
가슴 깊숙히 헤집는다
가을은 바람에 실려 온 영혼이다
눈부신 햇살 따라 노랗게 익어버린 들판도
가을이 버무린 양념 묻은 꽃잎도
잔가지에 걸쳐 있는 때늦은 매미 울음소리도
석양을 바라보며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도
무서리가 오기 전에
가을을 익히는 영혼들이다
홀로 잠들지 못하고
가을밤의 감미로운 소리를 듣는다
바람에 실려 온 네 향기는
내 안에 설레임의 푯말을 꼿고
눈이 시리도록 반짝이는 예양강 윤슬처럼
잔잔한 그리움을 하나씩 고백한다
어디선가 문득 미소 띤 갈바람이 불어오면
억불산 단풍이 곱게 물들 때까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가을꽃 향기 맡으며
마음 한구석 비워두는 연습을 했다
여백이 생겼다
그 여백에 까만 연필로 시를 적었더니
가을비 내리고
마음이 비에 젖어들고
가을비가 나를 구원한다.
*김동옥 시인은 장흥 공무원 출신으로, 2003년 계간 <공무원문학>, 2018년 계간
<문예운동>으로 시인 데뷔했다. 장평면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안개꽃, 별이 되어>, 공저<시의 뜨락 시의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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