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당신이 맨 처음 내일을 꿈꾸게 했던 그곳을…
■시사칼럼/ 당신이 맨 처음 내일을 꿈꾸게 했던 그곳을…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10.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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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수/ 본지 논설위원, 향토사학자

당신은 몇 살 때 미래를 위한 꿈을 꾸기 시작하셨습니까? 혹시 국민하교 때가 아니신가요? 아니 요즘은 초등학교라 하지요?

우리는 그 초등학교에서 문자를 배우고 익히기 시작했고, 맨 처음 사회생활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하던 곳이 초등학교일 것이다.

그 옛날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 책가방을 싸들고 갔던 학교. 문자를 배워 보다나은 정보로 보다나은 삶을 얻고자 공부했던 곳. 오늘날처럼 전자기기도 통신기기도 없던 오로지 문자를 해득해야만 보다 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시절.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조부모님 또한 “나의 피를 물려받은 너희는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아래 당신께서는 고생을 하시면서도 우리를 학교에 보내고자 애쓰셨다.

지난 7월 새롭게 당선된 지방의원들에게 군정업무 현황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군 소유로 된 옛 부산동초등학교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보고를 듣고 많이 놀랐다. 무엇보다 행정부를 동조하여 어서 빨리 임자 있을 때 매각하라는 듯한 의원의 발언에도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음 글은 1931년 11월24일 <매일신보>에 게재된 부산초등학교 운동장 부지확보에 관한 기사 부분이다.

“장흥군 부산공립보통학교 운동장은 당국자는 항상 이에 불편을 느끼어 오던바 장흥군 부산면 내안리 문병훈(文柄勳) 씨는 전기 운동장에 인접한 자기 소유 답 4두락을 운동장 기지로 기부하였다. 원래 씨는 성질이 침착하고 검소하며…”

다음 글은 지금은 폐교된 용산면 계산리에 위치한 용산초등학교에 대한 건립 당시상황을 담은 1938년 4월10일자 <동아일보>의 기사이다.

“군내 남면에 있는 계산분교장(桂山分敎場)이 어제 공립소학교로 승격됨에 따라 면민으로서 부담하여야 할 금액이 2천원인 바 그 중에서 千원을 청원계(淸源契) 외 2계에서 소유답 6두락을 매각하여 대납키로 되어 일반은 각심하여 마지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어른들은 학교를 세우기 위해 전답을 희사하고, 마을별로 좀도리 쌀을 모아 학교 부지를 마련했다. 또한 삽과 괭이를 들고 운동장을 조성하고 교사 터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른들의 노력봉사에 힘입어 학교가 세워졌을 때 동네잔치를 벌이며 즐거워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학교가 영원하기를 바랬다. 때문에 어머니나 아버지는 학교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학교 운동장에 잡초를 뽑고 울타리를 정비하시곤 했다. 우리 역시 물이 채이고 진흙탕이 된 운동장을 정비하기 위해 배수로를 파고 냇가에서 자갈을 주어 보자기에 싸다가 배수가 되도록 묻기도 했었다. 잡초도 뽑았다. 그렇게 가꾼 추억이 있는 학교. . . . . . . .

그 학교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장흥군내에 40개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5개 학교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학교 수가 감소한 것은 그 누구를 탓할 처지는 아니다. 인구의 감소에 따라 자연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그 학교가 언제부턴가 우리도 모르게 안면 하나 없는 사람의 손에 넘어갔고, 그 학교를 다녔던 졸업생들 마져 출입을 금지 당하게 된 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아니 그것만도 다행인지도 모른다. 마음껏 뛰며 놀았던 그 운동장은 정글이 되고 운동장 가에 서있던 키를 재던 나무는 칡넝쿨을 비롯한 넝쿨식물에 감기어 시달리고 있음을 볼 때. 깨어진 유리창에 서서히 허무러져 가는 교사를 볼 땐 왠지 어린 날의 꿈이 짓밟힌 듯한 마음에 울컥하기까지 함은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그러한 흔적이라도 있는 경우는 다행인지 모른다. 벌써 학교는 커녕 학교부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그 흔적마저 알 수 없게 된 곳도 있다.

혹자는 ‘역사는 그렇게 사라져 가는 거다’라고 쓸쓸히 웃어 버릴런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함께 생각해 보자. 우리 어른들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 터전을 마련했던 곳, 우리 부모님이 다녔고 우리 형제자매가 다녔던 그 학교.

우리가 좀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우리 어른들께서 그랬듯이 우리가 다녔던 학교를 학구별로 십시일반하여 다시 매입했어야 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남녀노소가 함께 사용할 복지회관으로 활용한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 복지회관에 진료소도 유치하고, 유아방도 만들고, 청소년 수련실도 만들고, 100세 시대 노년을 향기롭게 할 꿈을 키우는 장소로 그리고 마을별로 또는 추억을 살려 학구별로 단합을 할 수 있는 운동장이나 각종 문화행사를 하는 곳으로 만들었다면 아니 지금이라도 만든다면, 지난 날 맨 처음 학교에 가던 날처럼 꿈을 키우는 곳이 되지 않을까 한다.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방자치시대 군비라도 들여 폐교를 매입하여 지역단위 학구별로 종합 복지관을 만들어 보자, 좀 더 내일을 보고 준비해 지방시대, 시대를 앞선 자치단체가 되어 옛 어른들이 그랬듯 서남해 중심고을로서 그 위상을 보일 수 있도록 군수와 의원들은 물론 온 군민이 힘을 모아보면 어떨까 한다.

우선 당장 이러한 일이 어렵다면 우리의 어린 시절 꿈을 키웠던 그 학교터에 유적비라도 세워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사람이, 이런 교가를 부르며, 꿈을 키웠다고 적어 둔다면, 고향을 떠난 학우와 향우들 또한 한번쯤은 고향산천을 둘러보며 귀향하기를 아니 비록 타향에 있을지라도 어린 날의 꿈을 되찾아 분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면 어떨까 한다. 이 또한 우리 군민의 지혜를 자랑하고 관광객을 유도하는 방편이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기왕에 확보된 부산동초등학교를 매각하려 하지 말고, 비만 오면 면소재지에 위치한 학교까지 갈 수 없어 애타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서둘러 나서서 1945년 9울15일 설립인가를 받고 마을별로 십시일반하여 그 학교가 지어졌다는 사실의 그때 그 기억을 되살려 이제 그 학교와 그 부지 위에 부산동초등학교 학구인 심천,용반,효자,금자,관한,호계,월만마을 주민을 위한 지역단위의 군 시범 종합복지관으로 가꾸어 나아갔으면 한다.

우리가 맨 처음 내일을 미래를 꿈꾸었던 그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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