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시-폐선

2020-06-25     장흥투데이

폐 선/이숨시인

 

저기, 갯벌에

어깨를 기대어 누웠다

피었다 사라진 늙은 꽃대처럼

바다의 뼈로

 

몸체를 곧추세워 물살을 가르면서

물의 의향을 묻고

바람의 기분을 살피던

시간을 접었다

 

오롯이

자신의 얼굴로 돌아와 누운

저 배의 신음으로 파도가 친다

 

(다시 힘을 내어)

고장 났을 뿐 죽지는 않았으니

시간을 수리하듯

물 위에 뜰 날을 기다리면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이숨 시인의 본명은 이영숙.

이숨 시인은 장흥 출신 시인으로

2018년 ‘착각의 시학’ 봄호에 시 시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시 치료 전문가, 은행나무숲상담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문인협회·장흥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제7회 등대문학상 수상, 제2회 <詩끌리오> 작품상 수상 경력이 있다,

현재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박사학위를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