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 고병균 시인
아버지의 흉터
아버지의 오른쪽 어깨 위에
지렁이 같이 굵은 흉터가 있다.
인민군에게 끌려가다 도망칠 때
그들의 칼에 맞아서 생긴 흉터
땅거미가 내려 어스레한 저녁
호롱불마저 꺼진 평화마을 민가
칙칙한 대나무 울타리 밑에 엎드려
저들의 눈을 피했다는 아버지
줄줄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
얼마니 무서웠을까?
전쟁 이후 70년이 지났고
아버지 가시고 20년이 넘었건만
해마다 6월 25일이 되면
아버지 어깨 위 지렁이가
꿈틀꿈틀 움직인다.
섬뜩한 소름이 끼치고
전쟁 공포가 엄습한다.
저작권자 © 장흥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