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장흥의 작은 별’(3) - 관산읍 고마정미소 이남용 대표
■‘나도 장흥의 작은 별’(3) - 관산읍 고마정미소 이남용 대표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06.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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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대표적 정미소- 전국서 고객이 1만6천5백명

일반쌀, 탑라이스, 현미, 검정쌀, 쌀눈 등 1·2·5·10kg씩 소포장 판매
쌀·잡곡·현미 등 연 택배비만 1억원-‘청정 장흥 쌀’ 전국에 크게 홍보

글 문충선 /사진 마동욱

고마정미소 이남용 대표
고마정미소 이남용 대표

고마정미소(장흥군 관산읍 고마리)에 도착하니 정미소 안에는 크고 작은 쌀 포대가 산더미로 쌓여있다. 상냥한 젊은 여성이 우릴 맞이했는데, 딸이냐고 물으니 직원이라고 한다. 정미소에 직원이라니, 못내 궁금증이 일었다. 모내기를 하다 인터뷰에 응하러 고마정미소로 들어선 주인 이남용 씨(57)는 채양 넓은 모자를 쓰고 수건으로 얼굴을 둥그렇게 가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비친 구릿빛 얼굴이 탄탄하고 밝았다. 이 씨는 70 마지기 논농사를 지으며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쌀 포대에 아무렇게나 앉아 이야기보따리를 끄집어냈다. 1988년부터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 씨는 시종일관 자랑과 자부의 경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씨의 입담이 아주 좋았는데, 자칫 자랑으로 흐를 이야기의 맥락에서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포장된 보리쌀을 가리키며 이 씨가 말했다. “햇보리가 훨씬 맛있어요.”

이 씨는 1996년 관산농협 미곡처리장 공장장으로 근무하면서 쌀의 생리와 질에 눈을 떴다고 했다. 그동안은 힘들게 아내가 일꾼들을 데리고 정미소를 운영했다. 2002년 관산농협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나와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품질을 관리, 유지하며 고객을 확보해나갔다. 지금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귀촌한 아들도 함께 농사와 정미소 일을 하고 있다.

1988년 정미소를 인수하여 운영할 때는 발동기를 돌렸다. 주위 집에서 물 잔이 찰랑찰랑 흔들릴 정도로 요란했다. 이후 버스 엔진으로 돌리다가 2002년 전기모터로 바꿔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같은 벼와 보리라도 엔진으로 돌리면 힘이 차고 속도가 느려 제 색깔이 안 나왔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힘이 좋아 균일한 쌀로 도정되었다. 품질이 좋아진 것이다. 이 씨가 말했다. “질 좋은 쌀은 원료가 50프로, 기계가 30프로, 운전기술이 20프로가 필요합니다.”

이 씨는 미질 좋은 호평벼 이야기도 꺼냈다. 윤기와 찰기가 좋아 사람들의 입맛을 바꿔버리는 호평벼는 대신 바람에 잘 쓰러졌다. 그래서 웃돈을 주며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여 고급 쌀을 생산한다.

고마리 논은 1960년대 갯벌을 막은 간척지이다. 지금 고마정미소도 옛날에는 바다였다. 당시에는 간척지가 인기가 없었다. 비가 많이 와 큰물이 지면 벼가 다 녹아버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물을 품어내는 동력기가 보급되어 안심하고 좋은 쌀을 생산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농사짓는 40전 땅 아래는 갯벌인데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척지 쌀은 섭씨 20도 이하에서만 밥맛이 좋다. 겨울과 봄에 밥맛이 좋다는 것이다. 이 씨의 이야기는 거침없고 솔직했다.

이 씨가 고객의 전화번호가 입력되어있는 핸드폰과 어제 주문 들어온 장부를 보여준다. 울릉도, 제주도, 강원도 평창과 인제까지 전국에 걸쳐있다. “광주에 사는 며느리가 강원도 평창에 사는 시어머니 집엘 갔는데, 시어머니도 고마정미소 쌀을 먹고 있었답니다.” 섬지역은 우체국택배로, 육지는 일반택배로 보내고 있다. 1년 택배비가 1억 원이 넘는다니 솔찬하다. 현재 16,500여 명의 고객이 고마정미소 쌀과 잡곡을 먹고 있다.

이 씨는 철저하게 품질을 유지하며 고객관리를 하고 있었다. 40kg을 주문하더라도 먼저 20kg만 보낸다. 그때그때 도정을 해야 밥맛이 좋기 때문이다. 일반쌀, 고급쌀(탑라이스), 찹쌀, 현미, 검정쌀, 찰보리쌀, 쌀눈. 1kg, 2kg, 5kg, 10kg 다양한 소포장으로 판다. 여행을 와서 정미소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 교회를 나가는 일요일 오전이나 집을 비운 사이에는 이웃집 할머니가 판매를 도와준다. 사무실에 잔돈을 준비해두고 나갈 정도로 고객들과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

정미소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는 여직원을 쓰는 데가 드물 것이라고, 이 씨는 마침내 자랑을 하고 만다. 매일 2~3명의 고객이 늘어난다고 계속 자랑한다. 고객 전화번호가 우선이라 핸드폰으로 카톡도 안 하고 사진도 저장 안 한다.

기사를 쓰기위해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의 생애를 이것저것 물어보고 기록한다는 일은 사실 무뢰한 짓이다. 하지만 이 씨는 특유의 쾌활한 입담으로 종횡무진 수십 년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형제 없이 여섯 살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외가에서 살아야 했던 어린 남용은 이후 스물두 살에 “논 한때기, 밭 한때기도 없이 오막살이 소작인”으로 시작했다.

기자와 비슷한 세대인데, 기자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산 이 사람을 온전하게 어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다만 그가 골고루 챙겨준 고마정미소 쌀로 밥해 먹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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