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아, 예양강(15)/옥봉과 예양강(11) - 옥봉의 예양강 시제의 시 10여 편
■기획 - 아, 예양강(15)/옥봉과 예양강(11) - 옥봉의 예양강 시제의 시 10여 편
  • 김선욱
  • 승인 2023.08.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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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역사 최초로 ‘예양동교(汭陽東橋)’ 인용 시화(詩化)

동양화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예양강의 수려한 경관 그려

김선욱/ 시인. 본지 편집인

 

 

김선욱/ 시인. 본지 편집인

 

 

 

 

 

 

 

 

<지난호에 이어>

영암에서 강진을 지나 장흥을 찾아올 경우, 강진군 군동면 석교리부터 장흥 예양리까지 예양강을 만나게 된다. 이 거리가 12Km 남짓이다. 예양강을 옆에 두거나 혹은 마주하거나 또는 강변길을 따라 오르내리게 되어 있다. 또 고향마을에서 나와 보림사를 찾아갈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아예 예양강을 등에 짊어지고 보림사까지 오갔을 터였다. 잠시 걸음을 멈추면 예양강이 예외 없이 눈앞에 펼쳐졌을 것이고 무심히 말 타고 가다 보면 예양강이 가로막았을 것이다.

오래도록 쉬어갈만 한 중간 쯤에 부춘리가 있었고, 용호가 있었고, 청영정이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는 격의 없이 반겨줄 문위세며 문희개도 있었다. 술을 좋아하여 예양강변에서 늘 취해 있기 일쑤였던 옥봉은 때때로 그 취기로 인해 그 예양강의 서정을 온몸으로 읽었을 것이다. 늦은 겨울에서 이른 봄철이면 부춘리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매화가 더욱 옥봉을 유혹했을 터였다.

예양강을 비롯하여 부춘리의 용호, 용강에 대한 시가 많았던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고향마을을 거쳐 보림사를 찾거나 부춘리를 찾을 경우 거의 예양강과 이웃하며 오르내렸을 옥봉이었다. 옥봉의 시 중에 강의 아름다운 서정을 그린 시들이며 나루터, 뱃사람, 강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쉬운 이별에 대한 시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양강 동교에서 汭陽東橋

다리 위에 노는 이들 꽃들을 가득 머리에 꽂고 / 橋上遊人花滿頭

성 저쪽 끝엔 달이 뜨고 물은 유유히 흐르는데 / 城邊月出水悠悠

살랑 바람 봄 옷깃을 헤치어 시 읊고 / 輕風解作春衣吟

너무 기쁜 마음 아쉬워 밤이 다하도록 머문다네 / 爲惜淸歡盡夜留.

ⓒ峯詩集上, 詩, 七言絶句/ 송주호 역

*경풍(輕風) : 살살 부는 바람.

*유유(悠悠) : 한가한 모양.

아마 지금의 장흥읍 칠거리에서 건산리 쪽으로 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던 것 같다. 따뜻한 봄날의 달밤, 그 다리 위에서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들이며 사람들이 모여 신나게 놀았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에 시인도 즐거운 마음이 되어 밤이 늦도록 다리 위에 머물렀던 그 흥취의 여운이 표현된 시다. 이날의 예양동교의 달빛 아래 풍경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시다.

 

예양강 위에서 취한 뒤에 짓다 汭上路醉後

강 위 바위에 취해서 누워 잠든 사이에 / 醉眠江上石

먼 봉우리 그늘로 해가 지더니 / 日落遠峯陰

외로운 새 앞 여울을 날아 지나가고 / 獨鳥前灘過

안개비 끼는 숲은 어둑어둑해 가네 / 沉沉烟雨林

ⓒ옥봉집/上/詩/五言絶句/ 송주호 역

현 편의 동양화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예양강의 전경을 그린 시다.

취해서 강 위 바위에 낮잠을 자는 옥봉이 낯설지 않아 보인다.

 

취중인 채 예양강을 떠나가면서 自汭陽醉行

성 남쪽으로 홀로 가며 말 걸음은 느리고 / 城南獨去馬遲遲

맑은 강가로 난 길인 걸 취중에도 알겠는데 / 路入淸江醉夢知

맑은 날씨 석양 되자 산은 한층 짙푸르고 / 晴到夕陽山更綠

숲 건너에 도롱이 쓴 목동이 노래하며 돌아가네 / 林簑唱牧歸兒

ⓒ峯詩集上, 詩, 七言絶句/ 송주호 역

*도롱이(簑) : 짚,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

이 시 역시 작자 자신이 술에 취한 채 말을 타고, 아마 예양리를 지나 순지리, 송암리까지의 강변길을 가면서 보이는 강 풍경과 자신의 형태 등을 그림처럼 묘사한 시다.

 

예양강 위에서 유정보와 작별하면서(이름은 발이다) 汭上 醉別柳靜甫(名潑)

푸른 버들 비를 맞고는 뾰족 순이 새로 돋고 / 綠楊經雨弄尖新。

백마는 굽도 사뿐 취한 사람 태웠는데 / 白馬蹄輕載醉人

강물은 돌아갈 길 멀리 제냥 따라가니 / 江水自隨歸路遠

한 잔 술로 전송하는 이별의 정과 똑같구나 / 一樽相送別情均。

ⓒ玉峯詩集上, 詩, 七言絶句/송주호 역

버들가지들이 새순 돋는 예양강변에서 벗들이 모여 술을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이름이 발(潑)이고 자가 유정보인 친구가 백마를 타고 강변길을 가는데, 예양강물도 작자인 시인의 마음처럼 헤어지기 아쉬운 듯 친구 따라 먼 길까지 흘러간다는 묘사를 통해 작자의 친구와 이별을 아쉬워하는 하는 마음을 담은 시다.

 

예양강에서 거문고 타는 스님께 드리다 汭陽 贈琴僧

우연히 새 물길 따라 이 물가에 이르렀다가 / 偶逐新流到此潯

봄 아끼다 할 수 없이 봄 보내며 읊었는데 / 春無奈送春吟

어찌 알 수 있었겠나? 속인 말고 스님 친구/ 寧知人外觀空侶

봄 소리를 탈 줄 알아 문득 내 맘 위로할 줄! / 解作春聲却慰心

ⓒ玉峯詩集上, 詩, 七言絶句/ 송주호 역

이 시를 해설한 송주호 씨는 “전구(3구)의 ‘공려(空侶)’는 마음이 텅 빈 채 아무것에도 잡혀 있지 않은 무한한 자유의 주인공이고, 결구(4구)의 ‘춘성(春聲)’은 봄을 맞아 깊은 계곡에서 녹아내리는 물소리와 숲 속의 새 소리 등 순수 진실한 자연의 소리를 말한다. 이 두 어휘는 이 작품을 새롭게 살리는 시어들”이라고 말하고 이어 “거문고를 타는 주인공은 허허로워 무한히 자유로운 마음의 주인공이어서 봄을 맞은 모든 소리의 본질을 체득하여 거문고 가락으로 타 내기 때문에 작자인 시인은 그 거문고 타는 사람과 무한한 교감을 하면서 기막힌 위로를 받게 되었다”고 해설하였다.

이 해설자의 해설 내용 외에도, 이 시는 몇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 옥봉은 예양강 물길을 따라 서성거리다 시를 읊었을 일이 자주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 말고도, 당시 예양강에는 정자 같은 곳이 아니어도 한적한 물가에서 거문고를 타는 악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처음 만난 악사에게도 시를 써 주는 마음씨 너그러운 시인이 바로 옥봉 시인이었다는 사실 등이다.

 

봉명정 아래서 남의 운 따라 짓다 鳳鳴亭下 次韻

예양동교에는 햇볕은 따듯하고 물은 맑은 하늘 같이 맑고 / 長橋日映水如天。

꾀꼬리가 우는 성(장흥부성)에는 버들 아지랑이 채질하니 / 鶯囀孤城柳拂煙。

강남에서 제일 좋은 아름다운 풍경이구나 / 最是江南好風景

이 낚시터 깊은 곳에서 낚시대에 기대 조네 / 釣磯深處倚竿眠。

ⓒ玉峯詩集上, 詩, 七言絶句/송주호 역

*봉명정(鳳鳴亭) : 장흥부 예양강 동쪽에 있었던 누각. 『신증동국여지승람』 누정 편에 “동정 : 예양강 동쪽 언덕에 있다. 부사 변포(卞袍)가 세웠다 在汭陽江東岸。府使卞袍建”라고 기록돼 있는 그 ‘동정(東亭)’이 곧 봉명정이다. 장흥 동촌리 출신 취곡(翠谷) 조여흠(曺汝欽,1549∼1579)이 쓴 ‘중수봉명정’에 “봉명정(鳳鳴亭)은 장흥부 동문 밖에 있고 예양강 위에 있다. 조선조 변포 부사가 건립했다. 그 후 장공(張公, 張應粱)이 중수하다가 마치지 못하고 체직되어 돌아가 버려 새로 부임한 부사가 공사를 계속하여 마무리를 했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예양강 동쪽에 변포 부사가 건립했던 동정(東亭)이 곧 봉명정으로도 불렀던 것이다.

*장교(長橋) : 예양동교를 말한다.

*영수(映水) : 물그림자.

*앵전(鶯囀) : 꾀꼬리 소리.

*불연(拂煙) : 여기서는 안개가 아닌(햇볕나는 따듯한 날씨이므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것을 의미.

*조기심처(釣磯深處) : 낚시하겠다고 숨어든 상태.

*의간면(倚竿眠) : 낚시는 하지 않고 낚싯대에 기대 조는 모양.

아마 이 시는 작자가 강변 같은 곳에서 보고 느낀 예양강의 풍경이 아니라 직접 예양강의 봉명정 정자 아래서 체험하고(낚시질) 감상하는 시인 듯싶다. 봉명정 아래의 예양강은 아마 지금의 장흥읍사무소 앞에서 동부 하나로마트 앞 부근의 작은 호수 같은 예양강을 말하는 것으로 옛날에도 강의 풍광이 수려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풍경을 작자가 “강남(호남의 남부)에서 제일  아름다운 은풍경이구나!”라고 표현했다는 것이 이채롭다.

 

예양강에서 작별하면서 汭江別

한식 맞아 강남으로 가는 길에는 / 寒食江南路

안개 낀 채 비 내린 뒤 산들 뿐인데 / 煙花雨後山

한 봄 내내 좀은 사뭇 그립겠구려 / 一春多少思

해 질 무렵 돌아가는 자네를 보내니 / 落日送君還。

ⓒ玉峯別集, 玉峯集後序三之下, 詩 /송주호 역

이 시는 예양강에서 벗이었을 그 누군가와 작별하고 전송하고 돌아와 마음이 허전해져서 한 봄 내내 그립겠다는 다정한 작자의 심사가 그려진 작품이다. 그런데 이 시의 작자인 옥봉은 예양강변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스쳐 지나는 객일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예양강 가에 사는, 예양강의 주인인 양 처신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이는 그만큼 예양강을 고향의 강으로서 자신의 강이나 다름없이 여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옥봉의 예양강에 대한 진득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죽강정에서 竹江亭

강의 근원은 저 멀리의 예양천서부터인 채 / 江源遙自汭陽川

강물 위엔 우뚝우뚝 푸른 절벽 달린 듯해 / 江上巉巉翠壁懸

천 리 이은 저녁 풍경은 긴 피리의 저 밖이요 / 千里暮光長笛外

온 하늘 속 가을빛은 한 기러기 저 끝인데 / 一天秋影斷鴻邊

찬 조수 물 옛 사당 내리는 비와 그냥 합쳐지고 / 寒潮自帶古祠雨

노송은 저 산 성곽 안개와 아우러져 / 老樹相連山郭煙

난간 두루 기대섰다 그냥 다할 수 없어 / 倚遍危欄殊不極

때로 다시 주막 앞쪽으로 돌아오는 배 헤리리네/ 店頭時復數歸船

ⓒ玉峯詩集中/詩/七言律/ 송주호 역

*죽강정(竹江亭) : 죽강정이란 정자가 옛 문헌 등에 나오지 않아 어디에 있었던 정자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죽강정 앞의 강물이 예양강임을 밝히고 있어 장흥읍 어디쯤의 정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죽강정이라는 정자 위에서 감사하는 주변 산수의 풍경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시다.

해설자 송주호 교수는 이 시에 대해 이 시는 각 연들이나 구들이 참신한 시각의 풍광미나 유려한 청각의 음률감은 없으나 수련(2구)의 “강물 위엔 우뚝우뚝 푸른 절벽 달린 듯해 江上巉巉翠壁懸”은 강물 위로 우뚝우뚝 솟아 있는 푸른 절벽 같은 봉우리들의 형상을 수련 밑으로 꺼꾸러져 비추어져 있는 봉우리들로 바꾸어 보면 하늘에 거꾸로 달려 있다고 표현하고 있어 새로운 모사의 수법을 보이고 있다”, “함련(3구)의 ‘천 리 이은 저녁 풍경은 긴 피리의 저 밖이요 千里暮光長笛外”는 누군가가 길게 불고 있는 피리 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그 쪽 천 리는 될 듯 한없이 멀고 먼 하늘 아래 거기에는 온통 저녁 풍경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고, “온 하늘 속 가을빛은 한 기러기 저 끝인데 一天秋影斷鴻邊”는 외따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바라보노라니 그 배경인 온 하늘이 온통 가을 빛으로 가득하다는 말이고, 경련(4구)의 “찬 조수 물 옛 사당 내리는 비와 그냥 합쳐지고 寒潮自帶古祠雨”는 가을을 맞아 어설픈 비와 안개에 싸인 풍경에 자신의 을씨년스러운 심경을 말없이 편승(便乘)시켜 서경화(敍景化)하여 제시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또 이어서 “미련(7구)에서 “난간 두루 기대섰다 그냥 다할 수 없어 倚遍危欄殊不極”에서 “그냥 다할 수가 없어 殊不極”의 뜻은 글자대로라면 “그냥 다 풀 수가 없어서” 인데 이 말의 본 뜻은 늦가을에 청승맞은 비가 내린 다음 너무 어설프고 쓸쓸해진 풍경에 처연해진 자신의 심경을 무엇으로 달래보려 해도 끝날 수 없는 푸념 같은 상황을 집약한 것이다.

이 서술형 어휘에는 ‘처연(凄然)한 마음’이라는 주어가 묵시적으로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이런 심경을 애써 풀기 위해 마지막 구에서 “돌아오는 배 헤아리고 있네 數歸船”라면서 딴전을 피우며 스스로를 달래듯, 너무나 애뜻한 형태로 읊어 마무리하고 있다”면서 칠언율시의 절묘한 작시(作詩) 문법에 감탄해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의 새로운 모사법이라고 할 수 있는, 2구의 “강물 위엔 우뚝우뚝 푸른 절벽 달린 듯해 江上巉巉翠壁懸” 일 것이다.  이는 절벽들의 강물에 비친 반영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즉 “절벽들이 하늘에 거꾸로 달려 있다”고 묘사한 표현일 것이다. 옥봉은 예양강의 시 ‘죽강정’에서 이러한 시의 새로운 표현을 보여준 것이다.

 

1. 예양강 시의 의미

옥봉의 예양강 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예양강의 시이면서 예양강을 다양한 시어로 표현하였다.

즉 ‘예양천’(시 ‘죽강정’), ‘예강’(‘汭江別’), ‘예양’(‘汭陽 贈琴僧’ ‘自汭陽醉行’ ‘汭陽東橋’ ‘汭陽 贈琴僧’ ‘汭上路醉後’), ‘예(汭)’(‘汭上 醉別柳靜甫’‘汭上路醉後’) 등이다.

옥봉 이후 시인들은 예양강을 ‘예천(汭川)’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옥봉은 이 ‘예천’을 제외한 모든 표현들 즉 ‘예’, ‘예강’, ‘예양’, ‘예양천’ 등으로 표현, 예양강의 다양한 시적 표현의 선구자가 된 셈이었다.

둘째, 조선조 역사 최초로 ‘예양동교(汭陽東橋)’를 거명하고 언급한 시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옥봉은 시 ‘예양동교 汭陽東橋’에서 달이 떠오를 때,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과 그런 모습에 밤새 머물렀다는 내용의 시를 남겼다.

옥봉 이후 2,30년 후 쯤에 다시 예양동교에 관한 시가 나온다. 당시 장흥부사였던 구완 이춘원(李春元,1571~1634)의 『구완집(九畹集』에서이다. 이춘원의 본관은 함평(咸平), 초명은 신원(信元), 자는 원길(元吉), 호는 구완(九畹)이다. 홍지성(洪至誠)과 박순(朴淳)에게 배워 학문에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로 장흥부사, 충청도 관찰사 등을 지냈다. 유집으로 『구완집(九畹集』을 남겼다. 『구완집』에는 ‘회주 석양풍경을 바라보며 懷州石望’, ‘천관사 유람 중 술에 취해 동암 산승에게 장남삼아 짓다 遊天冠山醉題戲東庵僧’, ‘예양교에서 백선명과 작별하며 주다 汭陽橋 辭贈白善鳴’ 등 장흥 관련 시 몇 수가 함께 전한다(『九畹先生集』卷之一/詩)

여기 ‘예양교에서 백선명…’ 시제의 ‘예양교’가 바로 예양동교인 것이다. 이 시를 소개한 것은 백선명이 옥봉의 아들 백진남(1564~1618)의 자이기 때문이다. 시의 내용에도 예양교가 나온다.

예양교(汭陽橋)에서 백선명(白善鳴) 진남(振南)과 작별하며 주다

汭陽橋 辭贈白善鳴 振南

예양다리 위에서 길손은 초희(楚姬)를 맞고 / 橋頭遊客邀楚姬

보름달에 강가에선 죽지(竹枝-풍년가)를 노래한다 / 望月臨江歌竹枝

동재(東齋)에서 드는 한 잔 술 / 東齋寥落一尊酒

나만 젊은 시절과 같지 않구나 / 我獨不如年少時

ⓒ구원집, 九畹先生集卷之一, 詩

*초희(楚嬉) : (허균의 여동생 허난설헌의 초희楚嬉가 아님). 미인을 의미. 일부 시인들을 초희(楚嬉)를 미인으로 표현했다. 김세렴(金世濂,1593∼1646)의 『동명집』(제10권,‘검부(劍賦’)에서 “(월왕이) 왼손으로 예쁜 초희 안고 있었고 左抱楚姬…”으로 표현했고, 송상기(宋相琦,1657~1723)도 『옥오재집』의 ‘쌍석성으로 가는 길에 雙石城途中’ 시에서 “장훤(唐의 궁정 화가)의 그림 속에 옅게 화장한 여인인 듯 張氏畫中眉黛淺 /초의 미인이 바람 너머 가는 허리로 춤추는 듯 楚姬風外舞腰輕”이라며 초희를 미인으로 표현했다.

*죽지(竹枝) : 풍년가를 의미하는 죽지가.

*동재(東齋) : 양반 자재들의 기숙사.

이처럼 예양강에는 1500년대 중후반에도 다리가 있었지만, 그 다리가 석교인지 나무다리인지는 문헌상으로 근거가 없어 불명확하다.

이후 50년 후인 1747년에 발행된 『장흥읍지(정묘지)』에서 비로소 예양동교가 구체적으로 출전된다.

“동교는 예양강에 있다. 해마다 9월이면 부동방 사람과 부내방 사람들이 말뚝과 대나무로 만든다. 東橋 在汭陽江 歲九月 坊民與府內 楗竹成之”(ⓒ장흥읍지 정묘지(1747), 부동방 교량조)

이처럼 장흥의 공식적인 문헌인 『장흥읍지(1747년)』에서 최초로 출전되었던 예양강 동교가 이미 200년을 앞선 1500년 후반에 옥봉의 시를 통해서 존치되어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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