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부끄러움을 모르는 막된 세상
특별기고 - 부끄러움을 모르는 막된 세상
  • 장흥투데이
  • 승인 2023.08.30 11:3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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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세상이 어찌하여 이렇게 가고 있을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세상이 오늘입니다. 공자의 유학사상을 확대하여 발전시킨 사람은 맹자였습니다. 『맹자(孟子)』라는 책을 통해 공자의 사상과 철학을 이어받아 동양의 원본 유학사상을 창안한 아성(亞聖)이 바로 맹자였습니다. 공자가 성인(聖人)인 이상, 맹자는 성인에 버금가는 성인이라고 해서 아성이라고 호칭하니, 성인과 같은 분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 경전을 읽어보면 맹자처럼 부끄러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던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동양철학 핵심의 하나인 사단(四端)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義)의 단(端)”이라는 정의를 내려 부끄러울 치(恥)와 수오지심을 함께 거론하여 인간 내면의 수치스러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습니다. 맹자는 “사람에게 부끄러워함은 중대한 일이다(恥之於人大矣).”라고 선언하여 수치심이 인간의 삶에서 지니는 의미가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자도 부연해서 설명했습니다. “부끄러움이란 나의 마음속에 지닌 고유한 수오지심이다.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성현의 지위에 나아갈 수 있으나 부끄러운 마음을 잃어버리면 짐승의 세계로 돌아가버리니 매우 중대한 일이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저서 『맹자요의(孟子要義)』에서 “그 남만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남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不恥不若人 何若人有)”라고 해석하여 착한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때에만 남과 같이 착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주자의 설명처럼 짐승의 세계로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맹자・주자・다산의 부끄러움에 대한 의미를 종합하면, 인간은 자신의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고 후회할 때 진보할 수 있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짐승과 어떤 차이가 있겠느냐는 뜻을 표현함이었습니다. 부끄러움에 대한 견해는 다산 역시 주자와 같이했지만, 사단에 대한 해석은 다산은 분명하게 주자와는 달리 해석하여 관념의 주자학에서 실천과 행동의 다산 경학을 이룩했음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단(端)을 주자는 ‘서(緖)’라 했으나 다산은 서가 아니라 ‘시초(始初)’라고 해석하여 인의예지는 모두 관념이 아닌 행위 개념으로 행동으로 옮겨야만 인의예지가 된다는 확고한 철학을 주장했습니다.

다시 부끄러움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봅시다. 1980년 권력 잡을 욕심에 겨워 광주의 수많은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여 권력을 잡고 부귀호강을 누린 정치군인들이 그렇게 혹독한 독재로 온 국민을 못살게 굴고도, 단 한 마디의 반성이나 후회의 말 없이 유유히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니 인간이라면 해야 할 짓이었던가, 그가 과연 인간이었는가 아니면 짐승이었단 말인가요. 근세의 역사를 보면, 친일 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온 국민을 식민지 나라 노예로 만들어 놓고도 자신들의 잘못을 추호라도 느꼈던 사람이 있었던가요. 훈장을 받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면서 얼마나 호화롭게 떵떵거리고 살았던가요.

그 뿌리는 지금도 남아 친일파임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공공연하게 나라의 지도자 지위에 올라 떵떵거리고 살아가지 않는가요. 독재시대의 그 많은 부역자들, 악독한 독재에 부역하여 모든 국민을 그렇게 괴롭혔던 당시의 고관대작들, 세상이 바뀌어도 오히려 더 높은 지위에 올라 부귀호강을 누리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있을 이유가 있겠는가요.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만이 고관대작이 될 수 있고 그들만이 나라의 주류 세력이 되어 부끄러움을 알고 살아가던 보통사람들이 더욱 비참해져 옳은 삶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어주고 있으니, 도대체 천도가 있는 세상이란 말인가요.

다시 맹자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요, 수오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다”(公孫丑). 그렇다면 오늘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도 일체의 반성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 고관대작들, 그들은 맹자로 보면 사람이 아닌데,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나라 일을 주도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 나라를 어쩌란 말인가요. 아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요. 다산의 이야기도 봅시다. “인의예지란 이름은 일로 행한 뒤라야 완성되므로, 남을 사랑한 이후에야 인(仁)이라 이르고, 나를 착하게 한 이후에야 의(義)라 이르게 되니 나를 착하게 하기 이전에는 의라는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를 착하게 하는 일이 바로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는 일을 말합니다. 부끄러운 일을 해놓고도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이 올바른 마음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세상은 바르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부끄러움을 아는 세상이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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