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사설 - 천방(天放) 선생의 ‘경의설(敬義設)(1)
201호 사설 - 천방(天放) 선생의 ‘경의설(敬義設)(1)
  • 김선욱
  • 승인 2023.10.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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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경의설 篇’ 되었을 것 … 위백규 “유실되어 매우 아쉽다”

16세기 초 천방 유호인은 성리학자로서 중용차이(中庸箚疑)’ 말고도 대학도(大學圖)’경의설(敬義說)’도 저술했지만, 병란 등으로 일실(逸失) 되어, 천방선생문집에는 수록되지 못했다.

많은 시편을 포함하여 경의설(敬義說) 등 학문적 결과물이었을 학문 편()들이 온전히 보존되어 유문집(遺文集) 출판에 포함이 되었다면, 특히 경의설(敬義說)’이 유문으로 남겨졌더라면, 아마 조선조 사림계(士林界)에서 거의 유일한 경의설 편이 되었을 것이다. 조선조 성리학에서 경의(敬義) 사상을 대표 사상으로 결집했던 이는 남명(南冥) 조식(曺植)이었지만, 남명도 경의설이름을 내세운 독자적인 유문 편()은 없었기 때문이다.

 

경의(敬義) 사상은 남명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유학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전에는 경의(敬義) 유학보다는 ()’의 유학과 ()’의 유학으로 널리 쓰였고, 남명이 비로소 그 경()과 의()의 유학을 합치하여 경의(敬義)’ 유학을 새롭게 창출해 낸 것이었다.

그 경의(敬義)라는 유학, 그리고 그 유학의 두 뿌리라 할 수 있는 ()’()’는 당초부터 천방 선생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질기고 깊은 인연을 함께해 온 정통유학이었다.

천방은 남명으로부터 성리학은 배웠다. 그렇다면, 천방의 경의설역시 남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난데없이 천방이 경학(經學)’도 아니고 경의설(敬義說)’을 집필했다면, 그것은 바로 남명의 경의(敬義) 학설에서 영향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은 대체로 공경하다, 삼가다 등의 뜻으로, 군자가 지녀야 할 도덕적 정신을 가리키는 유교 용어였다. 즉 경()은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여주는 인도(人道)를 갖추는 유학의 도덕률이었다. 다시 말하면, 유학의 윤리사상을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경()이었던 것이다.

논어에서도 경으로 자신을 닦는다 子路問君子. 子曰 修己以敬”(논어, ‘헌문(憲問)’) 등으로 자기를 수양하는 의미로서 경()에 관한 언급이 20여 회나 출전되고 있다.

()에 관하여 그 개념적 외연을 좀 더 분명히 밝히는 문헌은 주역문언전(文言傳)’이다. 군자는 경()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로써 밖을 방정히 하여 경과 의가 확립되면 덕()은 외롭지 아니하다. 君子敬以直內 義以方外 敬義立而德不孤는 설명에서, ()을 의()와 견주어 내심(內心, 내적인 것)의 정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송나라의 성리학자 정이(程頤)는 유가 경전에서 주창되는 경()을 아주 중요한 수양정신으로 파악하고, 본격적인 해명을 시도했던 유학자였다. 그는 어록(語錄)에서 마음을 기르는 데는 반드시 경()으로써 해야 하며, 학문으로 나아가는 데는 치지(致知)가 필요한 것이다. 涵養須用敬 進學則在致知”(정씨유서(程氏遺書)18(第十八)라고 하였다.

이러한 정이(程頤)의 주장을 뒤에 주자(朱子)가 전폭적으로 받아들였고, 보다 구체적인 이론으로 전개시켰다. 그는 경()을 가리켜, 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그 목적에 이르기까지 요구되는, 이른바 ()은 성학(聖學)의 시종을 이루는 것이다. 경자 聖學之所以成始成終者也라고 하였으며(朱子語類, 卷第12, ‘6持守’), ()은 일심(一心)의 주재(主宰)이며 만사의 근본이다. 敬一心 之主宰 萬事之根本라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의 유학을 정립하고 발전시켰던 유학자가 정이(程頤), 주자(朱子)였다. 그런데 천방은 이 정이와 주자를 매우 흠모하고 그들의 저서를 독파하며, 그들의 유학 정신을 궁구(窮究)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이,주자 등의 학문을 종()으로 삼았을 정도였다. 至其晩年 學文精熟 直以周程張朱爲宗焉“(천방선생문집,정경달 行狀). 이에 따라 천방에게는 경()의 사상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며 유학의 또 하나의 실천적인 수행법이었던 의()와도 연결하는 공부도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 유학역시 ()의 유학처럼 유학의 중심 사상이었다.

공자는 유교의 도덕·정치 이념으로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주창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도리로 포함시킨 의()는 유학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행하는 중심적인 윤리였다. 그리하여 공자는 군자는 천하의 일을 대함에 꼭 그래야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로 안 된다는 것도 없으니 오직 의로움만을 좇을 뿐이다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논어, 里仁)면서, ()를 인간의 실천 원리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인()을 최상위 가치로 삼았으므로, ()는 인()의 하위 개념이었지만, 맹자시대에 오면서 세상이 매우 혼탁해지고 부덕(不德)이 심화되면서 공자의 인()에 대한 더욱 구체적이고 강한 실천 방안이 요구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맹자의 () 사상이었다. 그리하여 맹자는 ()도 내가 바라는 바이고 의()도 내가 바라는 바인데, 두 가지를 겸할 수 없다면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한다.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맹자, 고자상)라고 설할 만큼, ()를 죽음도 불사할 정도의 중요한 실천적 행동의 윤리로 규정하고 주창하였던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러한 의()의 사상은 조광조(趙光祖)의 도학정신(道學精神), 사육신의 절의정신(節義精神), 임란 때 국가 수호를 위해서 창의한 수많은 선비들의 의병(義兵) 정신, 외세에 항거하여 일어난 동학혁명, 조선 말 일본군에 대항한 의병운동과 3·1운동·독립운동, 4·19학생의거 등이 모두 이러한 () 사상의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ʻ()ʼʻ()ʼ는 유가(儒家)의 실천적 수양론에서 그 주체자의 내면()과 외면()에 관계되는 개념이었다. 이것이 사회적인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되면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의미로 설해진다. 그런데 남명 조식(曺植)은 이 두 개념을 합치하여 ʻ경의(敬義)’ʼ라는 나름의 새로운 학설을 주창하고 이를 적극 실천하였다. 이것은 주역ʻ경으로써 의를 곧게한다는 내명자경(內明者敬)’ʻ의로써 밖을 방정하게 한다는 ʻ외단자의(外斷者義)ʼ로 바꿔 쓰면서 두 개념을 합치하여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남명 조식의 경의(敬義)’ 사상은 ʻ()ʼʻ()ʼ을 설정하고 안으로 자기수양()과 밖으로 사회적 실천()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면서 경의(敬義)를 수양과 실천의 덕목이 되는 유악자의 중심적인 윤리로 파악한 것이다.

남명 조식은 진정으로 경의(敬義)를 자기 학문의 실천 지표를 삼았던 성리학자였다. 그의 이러한 실천적 경의(敬義)의 학풍은 제자들에게 그대로 계승되어 정인홍, 김우옹, 정구 등 수백 명의 제자를 길러냈으며 의병장 곽재우를 비롯해 임진왜란의 의병장 출신으로 남명의 제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남명의 이러한 경의(敬義)’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천방 선생 역시 정통 유학을 궁구(窮究)한 도학자요 성리학자로서 경의(敬義)’ 가치 실현을 위해 전력투구하면서서 군자(君子)로서, 처사(處士)로서, 선비로서 정도(正道)의 삶을 영위하였던 지역의 사표(師表)였다.

그러한 천방이었기에 경의설(敬義說)을 집필했을 것이다.

, 아쉽고 또 아쉽고 참으로 안타깝도다. 선생의 그 경의설이 일실(逸失)되고 말았으니

그 기록이 남아졌다면 남명 조식과 함께 조선 성리학의 새로운 경의(敬義) 학풍에 크게 일조했을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이 남긴 유작 시편에서나마 그 경의(敬義) 사상의 흔적을, 그 시편에 녹아내린 선생의 경의설(敬義說)을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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