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호 사설 - 2023년을 떠나보내며 … 우울하게 하는 것들
제207호 사설 - 2023년을 떠나보내며 … 우울하게 하는 것들
  • 김선욱
  • 승인 2023.12.1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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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나간다. 안팎으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드디어 작별을 고하려는 12월은 매년 맞는 송년의 계절이지만, 그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기 십상이다. 올해는 유난히 더 아쉽고 그래서 안팎이 더 우울하게 하였다.

지난해 말 이태원 할로윈 참사에 이어 올해는 25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우울하게 하였다. 올해도 경제가 나아지지 못하면서 빚더미에 짓눌린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신음은 더욱 깊어갔고, ‘영끌 대출’로 아파트 매입한 청춘들은 여전히 고금리에 헉헉거린 한해였다. 물가도 지난해에 비해 턱없이 오르며 서민들의 고심을 깊게 만들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희망보단 절망감만 안겨주었다. 국가와 국민은 뒷전이고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파당위주 정치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얼마 전 ‘교수신문’에 의하면, 올해 교수들이 뽑은 2023년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으로, 전국의 대학교수 1,315명 중 30%인 396명이 선택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는 자신이 추천한 이 ‘견리망의’에 대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와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면서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 실로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야를 더 넓혀 보면, 그런저런 여러 사건들이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그 중 우리의 미래와 더불어 더욱 우울하게 만든 것들이 몇 가지가 있어 우울의 깊이가 더해진 한해였다.

아이 낳지 않는 풍조…우리의 미래는 어찌되는가

요즘은 갈수록 비결혼족이, 결혼해도 아이 낳지 않은 이른바 딩크(DINK : Double Income No Kids)족 부부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출산 자체가 사치재에 가깝게 되고 있다는데,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출산은 큰 도전이 되고 있단다. ‘출산이 무책임하다’는 자조어까지 나돌 정도라고 한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잘해줄 자신은 없고 아이 때문에 불행해 질 수도 있으니 아예 ‘결혼해도 차라리 딩크족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런데 그 사회 환경이 달라졌다. 결혼이며, 결혼해도 자식 낳는 의무도 없어졌다. 대(代) 이를 사내가 없으면 양자라도 들여 대를 이르려는 예전의 계대(繼代)의식이 무너진지 오래다. 이제는 자기 행복에만 만족하면 되지 굳이 고생스레 아이 낳아 아이 키우는 불편을 감수할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철학자 데이비드 베너타가 쓴 책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번역본 철학책까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소위 ‘안티 나탈리즘(anti natalism) 즉 반출생주의까지 유행한다는 것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의 요점은, 아이가 태어나면 잠시는 행복을 누릴지 모르지만 고통의 시간이 더 많기에 아예 아이를 출산하지 말자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사상의 흐름이 ‘당당한 비혼족(非婚)·딩크족 문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비출산 풍조가 지속되면, 우리의 미래는 어찌될까. 결국 앞으로 몇 세대 이후부터는 아주 우리 민족 멸종의 위기까지도 고민하게 되는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생명체이다. 생명체 자체는 영속하지 않는다. 다만 식물은 씨와 발아를 통해서, 동물은 또 계대를 통해서 그 생명체가 영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우주적 진리이고 당연한 순리(順理)다.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은 수천 년의 계대를 통해서 오늘날에는 그 눈부신 과학 문명의 발전을 일구어 오지 않았는가.

절손(絶孫)으로 가는 비혼(非婚)과 비출산은 우리가 최선으로 극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요, 숙제가 아닐 수 없는데 이런 풍조가 날로 기승이어서, 더더욱 확대, 확산될 조짐이어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불타는 지구촌 – 기후 위기 갈수록 기승이니…

‘극한 호우’, ‘극한 가뭄’ ‘초대형 산불’ ‘초강력 태풍’…. 이제는 지구촌 곳곳에서 상시처럼 진행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들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금은 생소해 보이던 기후위기가 이제는 ‘극한’이라는 임계점으로 치달으며 요즘은 아예 일상화된 듯 하여 이와 관련하여 미래를 그려보면 더욱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침내 지난 9월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이제 지구에는 극한의 기후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도 향후 5년 내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 시기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촌 위기에 대한 지구 평균 기온의 임계점(현재의 자연을 지탱하고 있는 모든 균형이 다 깨져 버리면서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절대 위기)을 섭씨 1.5도로 정의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100년 만에 섭씨 1도 이상이 올랐다고 보고 됐다. 이젠 임계점까지는 0.5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임계점을 넘으면 지구는 스스로 기온이 급상승한다고 한다. 즉, 지구는 인간과 아무 상관없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따위와도 무관하게 스스로 ‘자기증폭적’으로 무섭게 기온을 올리기 시작하므로 그때는 인간이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 말 그대로 ‘불타는 지구촌’으로 치닫게 된다고 한다.

이에 와서 우리의 과학문명을 송두리째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자연주의 선언, 생태문명 선언에 엄정히 동참하고, 우리들 모두 스스로 그 ‘자연’과 공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길 밖에는.

전쟁의 비극…인류가 하나 되는 길 없는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도 확인된 바지만,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서는 더욱 확실하게 ‘변화된 전쟁’을 보여주고 있으니, 한 마디로 전후방이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물론 적국의 후방이나 주요 도시에 비행기로 폭탄을 투하하여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주로 대치한 전장에서 피아(彼我) 전투간병의 전투였고 전사자도 그 전투에서 주로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전후방이 따로 없다. 오히려 사상자는 후방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난민촌도, 병원도, 평화로운 마을도 폭격당하기 일수이다. 그리하여 여성, 어린이, 노인 등 전쟁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희생당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12월 4일) 약 1만 5900명이 사망했고, 이들의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라고 한다. 우리도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고 있어, 전쟁에 대한 고심이 깊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팔레스타인의 종교는 이슬람교(시아파)요, 이스라엘은 유대교가 국교이다. 종교의 거의 공통된 이념이 이웃사랑이고, 인류애(人類愛)이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종교의 정신은 국가의 이익 앞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혹자는 종교마저 이제는 전쟁 수단의 하나가 되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인류가 진정으로 서로서로 손 내밀며 함께 공존하는 길이 그토록 요원하는가.

참으로 우울하기 짝이 없는 현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2024년 새해는 우리 인간의 삶의 환경이 더는 척박해지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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