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언론인은 지공(至公)해야
특별기고 - 언론인은 지공(至公)해야
  • 장흥투데이
  • 승인 2023.12.1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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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박석무(다산학자・우석대석좌교수)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위태롭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고 통치자의 독단만 있지 협치나 토론의 정치는 사라져 갑니다. 통치자의 불통정치에 비판하고 경계하는 언로(言路)라도 열려있어야 하는데 불통은 강화되고 언로까지 막혀 어둠의 그림자만 짙어가고 있습니다. 정책적 대결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으로 상대방을 이겨내는 경쟁의 정치는 사라지고, 진영이 다른 반대당을 적으로 여겨 죽여야만 자신의 당이 살아난다는 가장 나쁜 사고로 정치를 하고 있으니 조용할 날이 없는 것이 오늘의 정치입니다.

이렇게 시끄럽고 위태로운 정치 현실, 언로라도 제대로 열려 자유롭게 비판하고 옳은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구실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역사를 왜곡하고 굴종의 외교로 전쟁 위험만 가중시키고 있어도 비판보다는 한술 더 떠 잘한다고만 부추기로 있으니 세상에 언론이 그래서야 되겠는가요. 고관대작으로 등용되고 후보로 지명되는 사람들, 어쩌면 그렇게도 적격자가 아닌 사람들만 연달아 임명되는데, 그냥 보고만 있고, 전문성이 있고 적격자라는 임명권자측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그대로 보도해주는 언론, 그래서야 세상이 조용해지고 위태로움에서 벗어날 길이 있겠는가요.

구시대, 어둡고, 미개했다고 비난하는 조선시대에도, 뜻있는 선비라면,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에서, 한결같이 ‘광개언로(廣開言路)’라는 네 글자를 빠뜨리지 않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이 바르고 공정하지 않다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극언을 했던 사람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려의 우탁(禹卓), 조선의 조헌(趙憲), 최익현(崔益鉉) 같은 진실한 충신들은 도끼를 들고 상소를 올리며 상소 내용대로 실행해주지 않으려면 도끼로 자신의 목을 쳐주라는 ‘지부복궐(持斧伏闕)’ 상소까지 올리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언론, 비판적이고 시대를 이끌어줄 언론이 어떤것인가를 명확히 밝혔던 다산 정약용으 언론관을 알아봅니다.

“언관(言官: 언론인)의 지위에 있을 때에는 아무쪼록 날마다 적정하고 공정한 의논을 올려서 위로는 임금의 잘못을 공격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숨겨진 고통을 알리도록해야 한다. 혹 사악한 관리를 공격하여 제거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극히 공정한 마음(至公之心)’으로 해야 한다. 남의 잘못을 지적할 경우에는 탐욕스럽고 비루하고 음탕하고 사치스러운 점만 지적해야지 편파적으로 의리(義理)에만 의거하여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은 편들어주고 뜻이 다른 사람이면 공격해서 함정에 몰아넣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示學淵家誡)

지금부터 200년 전, 전제왕조국가의 선비이던 다산의 언론관이나 언론인에 대한 경계의 이야기를 되새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의리에만 의거하여 당동벌이(黨同伐異)의 악행은 저질러서는 안되다니 오늘의 무비판적 언론인에게 대한 경고가 아닌가요. 보수니, 진보니, 여당이니 야당이니 등의 편가르기에 의거해서 자기 진영의 잘못은 눈에 보이지 않고 반대 진영 잘못만 과장하고 왜곡하여 증오와 저주하는 논조만 이어가고 있으니, 아니 그런 것이 지공지심이고 불편부당한 언론의 정도이겠는가요.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하리라”라고 외쳤던 반계‧성호‧연암‧다산 등의 실학자들의 외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잘못을 지적당함이 무섭고 비판이 두려워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가 남발하고 있는 요즘, 언론인들은 대오각성하여 다산의 언론관에 마음을 기우려주기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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