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스님(보림사 주지, 시인)
무심과 자비
화려한 옷을 벗고
안거에 들어간
겨울숲은 볼수록 한가롭고
텅빈 들녘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는
둥글고 충만한 유마거사의
침묵이 흐르고 있네
오랜 세월 마을 가운데 홀로 서서
저마다 원하는 데로 또 그런대로
눈을 주고 코를 주고 입을 주고 귀도 주고 얼굴마저 주었나니
왼손 검지를 오른 손으로 감싸 안아
인간과 자연 둘이 아니라는
비로자나불 다른 이름
무심과 자비의 수인이여
순백의 눈발이 흩날리니
면사포를 쓴 새악시처럼
수줍은 미소 점점이 쌓여 가네
* 비로자나불은 대적광이라 선정과 지혜를 가리킵니다. 선에서는 무심을 비로자나불의 스승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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