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 롱옌을 먹으며
초대시 - 롱옌을 먹으며
  • 장흥투데이
  • 승인 2024.02.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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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인 / 시인

 

 

 

 

 

 

 

 

 

롱옌을 먹으며

 

70년대만 해도 원어민에게 영어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네

그런데 영국에서 오신 신부님이 성당에서 몇몇 청년들에게 영어로 된 바이블을 가르쳤네

그 그룹에 희한하게도 스님 한 분이 끼어 있었네

스님은 공부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산사에서 내려와 영어 성경을 열심히 읽었네

어느 날 공부 하다 잠시 쉬는 틈에 한 청년이 스님에게 농을 걸었네

스님, 용이 정말로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스님은 용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까? 네 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용을 볼 수 있는지요? 용안을 가져야 용이 보입니다

세월이 얼마나 흐른 후 나는 대륙의 끝자락에 와서 용의 눈알을 삼키네

수십 개를 삼키고 또 삼키네 문득 퍼덕이며 승천하는 수많은 용들이 눈앞에 보이네

그러더니 갑자기 내 몸 꼬리뼈가 길어나고 손톱이 날카롭게 길어나고 피부가 악어 껍질처럼 거칠게 변하더니 여의주를 물고 있는 내가 구름 위에 앉아 있네

 

*롱옌(longyan, 龍眼): 중국 남부 지방에서 나는 열대 과일. 노랑색의 열매를 손으로 열어보면 안에는 즙이 많은 반투명 과육이 나오는데 단맛이 강하다. 과육 안의 씨는 까맣다.(시집 『바람을 전송하다』<시와사람, 2016>)

*노트 :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이다. 갑진년 새해는 용의 해로, 특히 청룡의 해라고 한다. 우리 모두 용(龍)이 되는 꿈을 꿔 보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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