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10)-동지(冬至)가 말하는 보리
■농사속담(10)-동지(冬至)가 말하는 보리
  • 정남진 장흥신문
  • 승인 2018.12.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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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 장흥군농업기술센타장

우리 지역은 얼마 전 첫눈이라고 약간 흩날리고 지나갔다. 금년 초겨울은 일교차가 많이 나는 날씨인 것 같다. 며칠 춥다가 따뜻하기도 하고 비가 가끔 내리기도 하고 보여 줄 건 다 보여준 듯하다. 엊그제 해맞이 간다고 새벽에 부산을 떨었는데 한 장 남은 달력마저 반절이 지나갔다. 농촌에 살다보니 일 년이란 시간이 모내기하여 벼를 베면 일 년이 번쩍 지나가는 일상인 듯싶기도 하다. 며칠 전에 24절기 중 스물 두 번 째 드는 절기인 동지(冬至)가 지나갔다. 동지는 다른 절기보다는 우리 일상생활에 보다 깊숙이 스며들어와 자리하고 있어서 인지 우리들에게 참 친숙하고 정겨운 절기인 듯싶다.

동지란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冬至)에 대하여 알아보면 동지는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곧 황경(黃經) 270도의 위치에 있을 때을 말한다. 그래서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에 든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연결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 의미를 부여하였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 하는 것이다. 이 관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전하고 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동짓날 연못의 갈라진 얼음의 모습이 마치 쟁기로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용갈이[龍耕]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 11월 월내조에는 “충청도 홍주 합덕지에 매년 겨울이 되면 얼음의 모양이 용이 땅을 간 것 같이 되는 이상한 변이 있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언덕 가까운 쪽으로 세로 갈아나간 자취가 있으면 이듬해는 풍년이 들고,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복판을 횡단하여 갈아나가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혹 갈아나간 흔적이 동서남북 아무 데로나 종횡으로 가지런하지 않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한다. 농사꾼들은 이것으로 이듬해의 농사일을 예측해 보곤한다. 경남 밀양 남지에서도 용이 땅을 갈아 이듬해의 농사일을 예측한다고 한다(湖西洪州合德池 每年冬 有龍耕之異 自南而北 縱而薄岸則歲穰 自西而東 徑斷其腹則荒 或西或東或南或北 橫縱不整則荒穰半 農人推之來歲輒驗 嶺南密陽南池 亦有龍耕 以驗年事).”는 내용이 있다.

또 이날은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 하여 뱀 ‘사(蛇)’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를 막는 속신(俗信)이 있으며,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신이 있다. 동짓날 일기(日氣)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긴다. 또 동짓날이 추우면 해충이 적으며 호랑이가 많다는 믿음이 있다. 예부터 동짓날이 되면 백성들은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겼다. 또 일가친척이나 이웃간에는 서로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어 해결하였다. 오늘날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기를 펼치는 것도 동짓날의 전통이 이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동지에는 동지팥죽을 먹는다.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의 뜻이고 집안 곳곳에 놓는 것은 축귀의 뜻이어서 이로써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낸다고 믿었다. 이것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붉은 팥은 옛날부터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모든 잡귀를 쫓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는 팥죽, 팥밥, 팥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즈음도 이러한 풍습이 이어져 고사를 지낼 때에는 팥떡을 해서 고사를 지내고 있다. 고사의 목적은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이 번성하기를 기원하고, 공사를 하는 사람은 공사가 아무런 사고 없이 완공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팥이 들어가는 음식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믿었지만,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팥이 지닌 여러 가지 효능으로 보아 건강식품임에는 틀림없다. 팥은 피부가 붉게 붓고 열이 나고 쑤시고 아픈 단독에 특효가 있으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설사, 해열, 유종, 각기, 종기, 임질, 산전산후통, 수종, 진통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문헌 : 동국세시기, 형초세시기, 한국의 세시풍속(장주근, 형설출판사, 1984),네이버 절기정보>

오늘은 동지에 관련된 농사속담을 알아보고자 한다.

▶동지, 섣달 눈 많으면 보리농사 풍년든다 =(풀이) 혹한기 강설량이 많아야 보온이 되고 수분공급이 잘되어서 안전한 월동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동지 때 따뜻하면 보리농사 흉년 된다 =(풀이)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어 보리가 웃자라 연약하게 자라면 월동 중에 얼어 죽기 쉬어서 흉작이 된다는 뜻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눈이 많이 오는 해엔 보리농사가 풍작이 된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버리농사 풍년든다” “소한, 대한에는 눈이 쌓여야 보리 풍년든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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