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집에 나타난 청소년 교양필수 과목에 대한 고찰
존재집에 나타난 청소년 교양필수 과목에 대한 고찰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5.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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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목과 학규 중심으로-

 

 

위윤기/씨족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글은 지난 0일 존재의 날 학술발표회에서 이윤기씨다 발표한 원고로, 이를 발췌 정리한 원고이다—편집자 주

■ 존재 선생의 교수법

존재집 제18권 153~154쪽에 수록된“가숙학규(家塾學規)”편에는 청소년에 대한 교수법과 교육과목 프로그램이 잘 나타나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지식의 습득단계를 나이에 따라 제시하고 있다.

존재 선생이 추구하는 첫 번째 교수법은 학생에게 학습목표를 부여하는 것이다.

6살에 접어든 소년이 처음으로 서당에 공부하러 오면 먼저 한 가지 책을 선정하여 일정 기간(연간, 반기, 분기, 월, 주별, 일별) 동안 학습목표를 짜서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목표를 부여하고 범위를 정하는 것은 학습자와 피학습자 간에 동일한 생각을 갖게 하고 성취감을 주려는 의도이다. 여기서 생각이란 학습자와 피학습자의 적극적인 소통을 뜻하며 성취감이란 동기부여와 같은 당근책을 의미한다.

목표가 주어지면 학습능력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소 처지는 학습능력자라도 빨리 나가도록 재촉을 하지 말고 서두르는 것을 경계했다. 오히려 학생이 편하게 천천히 학습량을 조절하도록 여유를 갖도록 지도했다. 조바심으로 학생의 성격이 삐뚤어지거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염려했다. 여기서 성정(性情)이란 사람의 마음씨를 말하는데 학습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고, 무젖게 하여 행동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내면의 자아형성에 치중하는 유교식 교수법의 일환이다.

선생은 나이에 따른 단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5단계로 구별되는데 단계별 특성이 엿보인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이랄까, 아니면 지식의 발전을 보여주는 과정이랄까! 천자문이나 4서나 5경 등은 과거시험을 목적으로 한 과목이라 이에 대해서는 함구화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수 교양과목으로 아래서 설명할 과목을 신중히 선택했다. 당시에도 오늘날의 6년, 3년, 3년, 4년 총 16년 학제와 흡사했는데 오늘날의 초등학교, 중학교 정도의 편제로 보면 된다.

‘간지학(干支學)은 훈장(訓長)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대상은 6세 이상이며, 내용은 간지의 이름과 방위이다. 보첩학(譜牒學)은 훈장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대상은 8세 이상이며, 내용은 세계(世系)와 내외 족파(族派)이다. 산수학(算數學)은 훈장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대상은 10세 이상이며, 내용은 계산법이다. 사례학(四禮學)은 훈장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12세 이상은 상례(喪禮)를, 15세 이상은 사례(四禮)를 가르친다. 16세 이상은 재주와 품성에 따라 혹은 제술(製述)을, 혹은 강경(講經)을, 혹은 치례(治禮)를 가르친다. 만약 재주가 세 과목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자라면 모두 농사일을 배우게 한다.’라 기술하여 단계별 학습 프로그램을 명확히 제시했다.

■1단계 간지학

간지학은 년, 월, 일, 시에 대한 이론이다. 존재 선생의 1단계 6세 교육 프로그램은 12갑자의 이름, 24시간의 방향, 사람의 인생주기인 60갑자 등에 주안점을 두었다. 왜 어린 나이에 간지학을 배우게 했을까? 문론 천자문은 이미 배웠다고 가정해도 과거시험에 나오는 4서 5경을 미루고 여기에서 존재 선생의 뜻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조선시대 간지학이란 12 동물을 비유로 시간적 개념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배우게 했다. 더 나아가 1시간, 하루, 한 달, 1년, 60년이라는 우주론을 어린 나이인 6세에 알려 주려는 뜻이다.

■ 2단계(8세) 보첩학

간지학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개념를 배웠다면 그 다음은 사람에 대해 배우길 원했다. 나는 어디서 왔고 누구를 통해 태어났는가? 마치 철학적인 질문처럼 보인다. 천지라는 삼라만상을 알았다면 자연에 터를 삼아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존재 선생의 심오한 인본주의 사상이 담겨 있다. 즉, 효에 대한 근본을 보첩에서 찾고자 했다. 또한 나 자신이 모여 가족을 구성하고 가족이 모여 종파가 되고 종파가 모여 문중이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여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자신이 서있는 곳의 가치를 스스로 알게 하려고 했다.

■ 3단계(10세) 산수학

산수학이란 수와 양의 모양과 셈을 다루는 수학적 계산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존재 선생은 내용을 계산법이라고 명시하여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수학의 초보적 부분에 국한했다. 수학의 분류 중 산수학(算數學)만 해당되고 기하학(幾何學), 대수학(代數學), 해석학(解析學)은 제외되었다. 산수학은 1,2,3이라는 숫자부터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는 가감승제를 기초로 한다. 또한 넓이와 길이 등도 포함된다하겠다. 이는 당시 농경사회라도 최소한의 수리의 개념정도는 알아 객관적인 사고를 추구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현상으로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산수학을 통해 알려 주고자 했다.

■ 4-1단계(12세) 상례학(장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일컬어 동방예의지국이라 했고 부모님을 통해 무례하지 말라는 식의 교육을 자주 받아 왔다. 여기서 예란 바로 관혼상제를 말하는 사례(四禮)이다. 네 가지 중에서도 상례(喪禮)를 가장 중시했다. 왜냐하면 상례는 죽은 사람에 대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상례는 제례와 함께 효와 밀접해 유교문화의 결합되어 백성들의 저변생활을 사실상 지배했다.

존재 선생께서도 유학자로 그 중에서도 경전의 원칙을 고수하는 원시유학을 숭상하셨기에 다른 유학자와 마찬가지로 상례를 으뜸으로 삼았다. 12세에 이르면 3년간이나 상례학에 대해 교양필수 과목으로 공부할 것을 강권했다. 현실의 삶을 끝내고 내세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바로 상례이다. 상례는 국가나 종교에 따라 관념, 절차, 내용이 다른데 이는 우주관과 종교적 내세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상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삶의 허무와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인 면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 4-2단계(15세) 삼례학(성인식, 결혼, 제사)

12세에 상례를 3년간 이론을 공부하고 실습을 통해 몸에 적응시켰다면 15세에 이르러서는 관례와, 혼례 및 제례에 대한 학습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바로 남자와 여자는 15세가 되면 관례(冠禮)를 하는 시기와 일치시켰다.

관례란 상투를 틀고 갓(冠巾)을 쓰는 의식으로 남자아이가 관례를 행해 성인으로 대우하게 되었다. 여자아이에 대한 관례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절차로 계례(筓禮)를 했다. 관례는 가례(家禮)의 일부분으로 우리에게 정착되었다.

■ 5단계(16세) 제술, 강경, 치례(글쓰기, 경전암송, 4례 교육)

15세에 1년간 사례 중 삼례인 관례, 혼례, 제례에 대해 공부했다면 비로소 16세에 이르러 6세부터 10년간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시기였다. 한마디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격이다. 존재 선생께서는 학생을 평가하는 목표를 세 가지로 정했다. 바로 시나 글을 짓는 제술(製述) 능력, 훈장이나 감독관 앞에서 4서 5경 등의 어느 부분을 외우고 암기하는 강경(講經), 4례에 대해 이론과 실제로 행하는 치레(治禮)이다. 세 가지에 모두 합격하거나 두 가지에 능숙하면 좋지만 한 가지라도 미흡하면 16세에 이르러서는 공부는 이제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라고 권유한다. 당시 농사가 일반화된 일이라 농사를 지으라고 명시했다.

■ 3대 학규

국역 존재집 가숙학규에서 존재 선생은‘학규는 백록동(白鹿洞) 학규를 따르고, 훈몽(訓蒙)에 대한 절목(節目)은 《동자수지(童子須知)》를 따르며, 당장(堂長)과 장의(掌議)에 관한 여러 절목은 한결같이 율곡의 은병정사(隱屛精舍) 학규를 따르도록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 왜 3대 학규를 모델로 삼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존재 선생은 ‘학규는 백록동 학규를 따르고, 라고 명시했다. 당시 조선에는 향교, 성균관과 같은 국가교육기관과 서원, 서재, 서당과 같은 수많은 사설교육기관이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기장 먼저 백록동 학규를 으뜸으로 삼았을까? 백록동 학규는 성리학의 성립자 남송의 주희(朱熹) 선생이 지었다. 원시유교를 숭상하여 경전으로 돌아가야 성리학의 근본을 알 수 있다는 존재 선생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학생이 지켜야 할 5대 덕목, 학문하는 방법, 자신을 다스리는 법, 대인, 대물관계에 대한 내용 등이 치밀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이념으로 손색이 없다.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이 바로 백록동 학규에 내재되어 있었다. 존재 선생의 혜안이 출중했다는 증거이다.

■ 동자수지의 윤리지침

'훈몽(訓蒙)에 대한 절목(節目)은 《동자수지(童子須知)》를 따르며, 라고 했다. 주희 선생이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몸에 익혀야 할 것을 다섯 부분으로 설명한 것이다. 어린 학생이 지켜야 할 도리와 예절을 적은 책이다. 조선시대 때 어린이 교육에 널리 사용되었는데 존재 선생은 어린이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몸에 익숙하도록 꼭 필요한 행동지침이라 여겼다.

내용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의복관구(衣服冠屨), 언어보추(言語步趨), 쇄소연결(灑掃涓潔), 독서문자(讀書文字), 잡세사의(雜細事宜)로 이루어져 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 부모님께 효도하는 법, 언어와 걸음걸이, 몸가짐, 음식, 의복과 갓 및 신발, 질서, 절제, 청결, 정리정돈과 청소, 책을 읽고 글자쓰기 등 독서의 자세, 학문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한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학문의 큰 뜻도 소중하지만 어릴 때부터 주변정리 등 허드레 일부터 꼼꼼히 정리해야 하는 행동을 제시한 윤리도서이다.

■ 은병정사 학규의 인사규정

존재집에서 ‘당장과 장의에 관한 여러 절목은 한결같이 율곡의 은병정사 학규를 따르도록 한다.’라고 명시했다. 율곡 이이 선생이 황해도 해주에 은병정사라는 서재(학교)를 지었다. 후진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주자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중 <대은병(大隱屛)>의 글귀를 빌린 이름이다.

존재 선생은 당장과 장의에 대한 여러 절차와 내용은 은병정사(隱屛精舍) 학규를 따르라고 하고 있다. 조선 후기 수많은 교육기관이 있었고 그곳에는 다양한 학교규칙이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율곡 선생의 은병정사인가? 존재 선생은 노론계열인 율곡 선생의 학맥에 속한다. 존재 선생은 성리학의 학설 중 이기일원론을 비롯한 우주론, 인물성동이론, 사단칠정론 등에서 적극적으로 율곡 선생의 견해를 대부분 수용했다.

■결어

학습자를 배려하는 교수법, 청소년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양필수 과목 프로그램, 유교식 인재를 양성하려는 학교의 제반 이념과 규정을 정리해 보았다. 존재집에 수록된 사강규(社講規), 집안의 사철 모여 술 마시는 규약(家中四時會飮規), 화수종회 규약(花樹宗會規), 계당 학규(溪堂學規) 4대 규약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 장에서는 가숙 학규(家塾學規)편을 종합, 분석하였다. 존재 선생이 추구했던 조선후기 인재상을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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