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통신 22 -남성 수염의 아이러니
■호반통신 22 -남성 수염의 아이러니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9.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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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월
단산월

단산월/시인

내 나이 70이 넘었으니 수염을 길러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이이다. 그런데도 시비가 있었음을 보고한다.

지난 초여름부터 턱수염을 조금 길러 보았다. 그랬더니 내 나이를 기준으로 젊은 사람들은 ‘괜찮다, 멋있다’라고 하는 반면, 나이가 많은 분들은 거부감을 가졌다. 맏형 재세시에는 조심하고 있다가 깐에 해방의 속셈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분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얼굴은 깨끗한 게 좋다느니, 나이가 들어 보인다느니, 그것 가꾸기에 성가시지 않느냐는 등 핀잔이 있어 밀어버리기로 했던 것이다. 내가 보아도 얼굴이 한결 깨끗해 보였다.

그런데 왜 남성에게만 수염이 나는 것일까. 어떨 땐 귀찮기도 하다. 무슨 수상한 유전자가 있어 남녀의 구분을 그렇게 해 놓았는지, 기특하기도 하다. 물론 남자가 수염 없이 여자와 똑같은 머리채에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면 구분이 잘 되지 않을 게다. 체격과 목소리 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혼동이 있을 게 아닌가.

남성 수염의 조건으로써는 성적 매력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남성적 위엄을 주기 위한 무기일 수도 있겠다. 그래 구레나룻 수염이나 잘 가꾼 수염은 멋스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린 손자에게 수염이 잡힐 때 잡힐지라도 품위는 있지 않았겠는가. 인간이 진화 끝에 털을 대부분 잃었지만, 수염이라도 갖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남성의 건강하고도 건장한 상징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엔 젊은이들에게서 거무스레한 콧수염이나 턱수염을 자주 보게 된다. 또는 각종 시위나 농성장의 리더들도 곧잘 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한다. 머리털은 박박 밀고서도 수염은 그대로 두는 것을 보면 수염의 위엄이 분명 있긴 있는 모양이다.

수염은 문명과 역사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수염의 역사를 거슬러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예전에는 수염을 제거할 만한 좋은 면도기가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는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하여 부모가 준 신체를 함부로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신념이 있기도 했다.

어찌되었거나, 젊은 예수는 수염을 길렀을까. 예수께서 갈색 수염을 갖게 된 것은 7세기 후라고 한다. 그 이전의 예수는 매끈하고 깨끗한 남자로 표현되다가 후일 근엄함으로 미화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젊은 예수가 아닌 공생애 노정을 걷는 예수에게는 신체적 존엄함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신화시대의 수염은 지배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신의 세계를 지배한 제우스는 카리스마적 수염을 기르고 있다. 전설의 아서대왕으로부터 호메니이, 카스트로에 이르기까지 전설적 군주나 정치가들은 예외 없이 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러기에 제2차 대전의 실마리를 히틀러나 스탈린의 콧수염에서 찾기도 한다. 그 두 사람의 수염에서 위엄과 위험을 함께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전설적 삼황에서 단군에 이르기까지 기다란 수염을 하는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수염이 갖는 권위와 명예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모세, 그리스도, 마호메트 같은 종교 지도자나 레린이며 호메니이, 카스트로 같은 사상적 지도자의 수염은 서열과도 관계가 있어 보이며, 멋스러움도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히피족 수염은 어쩐지 반항아적인 시대적 흐름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조선조 초기, 만년의 태종이 무릎에 앉혀 애지중지하던 외손자가 있었다. 그 외손자가 얼마나 버릇이 없었으면, 어느 날 귀엽다고 안아준 노신의 수염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너무나 엄중한 사건이기에, 조성에서 대신들이 임금의 제가를 얻어 어린 왕손을 유배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남성에게만 있는 야릇한 수염을 한사코 깎아내리는 것이 꼭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의 꽁지머리가 유행이듯, 짧은 콧수염이나 턱수염도 유행인 듯하다. 하기야 다시금 상투를 틀어 올리고, 예쁜 쪽머리를 매단다 하여도 잡아갈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신체의 일부를 자유롭게 가꾸는 것도 좋겠지만, 단정히 하고 깨끗이 함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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