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 숲’에서 사진전 여는 저명한 사진작가 최광호
‘물고기들 숲’에서 사진전 여는 저명한 사진작가 최광호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07.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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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사진전
‘장흥 성일경의 시간’ 담아
“일탈의 사진”- ‘사진미학, 상상의 변용’ 함의
유명한 사진작가 최광호씨- 장흥의 '물고기들의 숲'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유명한 사진작가 최광호씨- 장흥의 '물고기들의 숲'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작가 최광호씨.
사진작가 최광호씨.

일본 오사카예술대학교 사진학 학사 출신으로,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 사진기자, 월간지 ‘샘이 깊은 물’ 사진부부장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동신대학교 사진부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수십 회의 사진전, 2002년 제1회 동강 사진상, 1999년 제3회 일본 도쿄 국제사진비엔날레 교세라상을 수상한 그 유명한 사진작가 최광호 씨가 7월 9일 장흥읍 우리병원 뒷편 커피숍 ‘물고기들의 숲’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굳이 주제라고 하면, ‘장흥 일경의 시간 2018-1’ 부제-‘그곳에 가고 싶다’이다.

카페 사방 벽면에 다닥다닥 붙여 내 걸린 스마트 폰으로만 찍은 사진 50여 점의 흑백 사진들이다. 나무 사진 너댓 점만 빼면 모두 한 인물에 대한 몰골을, 그것도 멍하게 서 있는 모습, 흐릿하게 걷는 모습, 등 뒤의 사진들, 등을 잘린 사진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들의 사진이다. 한 인물의 일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또렷하게, 흐릿하게, 중첩되게 겹겹 이미지를 창출해낸 한 인물의 시간을 담은 사진전이다. 정확히 한 인물에 대한 정면 사진이나 실사 사진은 몇 점 안 된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사진전 주제에서 밝힌 ‘장흥 일경의 시간’ 속의 ‘성일경 씨다.
인천 출신의 화가로 장흥으로 귀촌해 용산 남하(용산면 덕암리 95-9)에 ‘남하부엌’을 연 인물이다.

남하부엌은 재야 예인들에겐 제법 인기 있는 곳이다. 세프는 부인 홍성순 씨이고 주인은 마을 사람들이 ‘칼갈이’라고 부른다는 성일경 예술(?) 목수이다. 여기서 성일경 목수는 남하부엌 운영 외에도 부엌 건너편 창고에 '남하작업실'을 꾸리고, 원목가구와 소품, 칼 제작과 연마, 카누와 카약을 제작하고 있다.

‘남하부엌’ 저녁 시간은 꽤 왁자지껄하고 번잡하다. 시시때때로 음악회도 열리고…젊은 연인들이 찾아들고, 가족들이 모여 생일잔치도 열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먼 데서 찾아온 사람들이 이색적인 저녁의 삶을 즐기고 지역이나 마을 사람들이 사랑방처럼 모여드는, ‘저녁의 낭만이 숨 쉬는 곳’이 이른바 남하 부엌이다.
최광호 씨는 후배 사진가이자 ‘물고기들의 숲’ 쥔장인 박지산 씨와 인연으로 남하부엌을 찾아갔는데 6년 전에 사고로 죽은 최순호라는 시인 동생 친구인 성일경 씨를 만난 것이다. 둘은 고등학교 때 참 친했다고 한다. 성일경 씨가 몇 년 전 헌 책방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때 아주 난해하였다’는 절친 최순호 유고시집을 발견하고 많이 울었단다. 최광호 씨도 “아주 사랑했는데 시인으로 꽃피우지 못하고 갔다, 너무 그립다”며 동생을 회상했다.

최광호 씨와 성일경 씨는 친구 동생과 친구 형으로 만났지만, 이날 둘은 형제가 되었다.

둘은 이날 엉망진창으로 함께 술을 마셨다. 그리고 해변까지 걸었다. 크고 작은 형제 같은 두 그루의 마을 사장 나무가 있었다. 지나면서 보니 두 그루였다가 한 그루로 합치되고 다시 두 그루가 되었다. 이모습을 폰으로 담았다. 그리고 계속 걸으면서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가까이서 조금 멀리서 취기 속에 폰사진을 이렇게 저렇게 담았다.
아침에 술에서 깨고 보니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폰에 담긴 사진들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진전을 준비했단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이날 파격적으로 광주시도 아닌 장흥의 한 작은 커피숍 ‘물고기들의 숲’ 벽면에 내걸렸다.

성일경 씨는 “사진 속은 분명히 나인데 실은 내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그것이다고 정의하는 것은 실제로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동욱 사진가는 “나는 그동안 연출 없이 실사만 정직하게 담아왔다. 그러나 그 많은 내 사진 들 속에 대상체의 속 것, 사람이라면 영혼 같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지, 생각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광호 씨는 “처음으로 일탈을 겸험했다”고 말했다.
최광호 씨가 성일경 씨를 만났을 때, 시인 동생의 영혼이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내 동생을 생각하고 동생의 한을 생각하고, 그런 마음이 그런 생각들이 그날 성일경 씨의 만남의 시간을 가득 메웠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성일경 씨를 담았지만 무의식에서는 성일경이 아닌 난데없이 자기에게 찾아 온 동생의 모습을 담았을지도.

특별하고 이색적인 사진전이다. 그것도 사진작가 최광호 씨가 스스로 밝혔듯 ‘일탈에서 빚어졌다’는 사진전이지만, 그 일탈이 빚어낸 새로운 의미의 사진전으로 나타났다. 사진 세계의 상상, 그 상상의 변용이 펼쳐지고 있었다.

최광호 씨의 이번 사진전은, ‘사진은 실사(實寫)의 예술이어서 실사에 중점을 두지만, 기실 실사는 허사(虛寫)가 있어 보다 분명한 실사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그 진실한 실사를 담기 위해 허사를 중첩 공존시키는 상상의 변용 작업으로 창출된, 전혀 새로운의미의 사진전이었다.

최광호 사진전 안내글판
최광호 사진전 안내글판
물고기들의 숲 벽면에 걸린 최황호 사진들
물고기들의 숲 벽면에 걸린 최황호 사진들
최광호 사진전의 주인공 성일경씨 사진
최광호 사진전의 주인공 성일경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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