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얼굴, 옥 같고 눈(雪) 같네
다산의 얼굴, 옥 같고 눈(雪) 같네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07.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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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일생동안 다산의 저서를 읽으면서 살아가지만, 세상에 궁금한 것은 다산의 얼굴 모습입니다. 그분의 시나 글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상상하면서 다산의 얼굴 모습을 그려보지만 생각으로만 뱅뱅 돌 뿐, 그의 참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입니다. 그만한 인물이고 큰 학자였으면서도 그분의 진짜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는 일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신유옥사 이후 오랫동안 역적죄인의 신세였고, 집안조차 폐족이 된 상태라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초상화 진본을 남길 수 없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고, 1925년 을축년의 대홍수로 한강 상류가 범람하여 다산의 가옥은 물론 마을 전체가 황무지로 변해버린 이유도 있겠고, 6·25 이후 전란을 겪느라 집안이 풍비박산된 탓도 있기 때문에 초상화가 전해지지 못함을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지금은 몇 개의 다산 초상화가 전해지지만, 먼 뒷날 상상해서 그린 그림일 뿐 참모습은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기록으로 보면, 다산의 얼굴 모습에 대한 언급이 있으니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다산 자신이 초고를 만들었고 뒷날 다산의 현손(玄孫:고손자) 정규영(丁奎英)이 편찬하여 정리한 『사암선생연보』에 의하면 “고산 윤선도의 증손 공재 윤두서는 다산에게 외가 증조이자 화가였다. 그 공재의 조그마한 초상화가 전해지는데 다산의 얼굴 모습이나 수염이나 머리털이 비슷하게 닮았다. 그래서 다산은 문인들에게 언제나 ‘나의 정분(精分:정신과 모습)은 외가에서 받은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면서 지금 국보로 지정된 공재의 자화상과 다산의 얼굴 모습이 많이 닮았다 하였으니, 참고할만한 내용입니다.

다산이 세상을 떠난 뒤에, 다산 생전에 다산과 자주 만나 시를 짓고 글을 읽었던 후학의 한 사람인 동번 이만용(李晩用)이 다산의 죽음에 부치는 만사에서 “천상 세계 백발 노인 정씨 신선(瑤都皓髮姓丁仙)”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다산의 노년 얼굴 모습은 백발의 신선 모습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얀 수염에 하얀 머리의 신선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가장 상상하기 좋은 표현의 하나가 또 있습니다. 천주교 문제로 온갖 비방과 묘략에 시달리던 다산을 그런 와중에서 피해주려는 방안으로, 35세의 다산은 충청도 홍주목의 금정도 찰방이라는 좌천의 벼슬살이를 하게 됩니다. 귀양살이 같은 고통을 겪고 몇 달 만에 다시 풀려서 서울에 돌아오자 부모님 묘소에 성묘가려고 충주를 찾아갑니다. 그 행차에 다산은 가까운 집안 아저씨이자, 당대의 국가 원로격인 74세의 해좌 정범조(丁範祖)를 방문합니다. 그때 해좌가 다산을 칭찬하며 증정한 시에 “근심 걱정 겪었어도 그 얼굴은 마냥 옥과 같고 눈과 같네(憂患依然玉雪顔)”라고 표현하여 다산의 얼굴이 옥설(玉雪)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어려서는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모습을 닮았고, 늙어서는 신선 같은 호호백발의 모습, 한창 젊은 30대에는 옥이나 눈과 같이 고운 얼굴이었다니 그런 기록에서 다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록 이외에 다산 자신이나 어느 누구도 다산의 모습을 전하는 기록은 없습니다. 정범조의 묘사인 중년의 ‘옥과 눈’ 즉 그렇게 아름답고 고운 모습을 지닌 사람이 다산이었다고 우리가 상상하면 좋을 것 같아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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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석무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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