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2차 코로나 파도와 사회의 지구력
■특별기고- 제2차 코로나 파도와 사회의 지구력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09.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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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근 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 근 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게 된 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속살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제1차 파도와 이에 후속한 소강국면, 그리고 제2차 파도는 정체불명의 위험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순발력과 지구력을 차례로 시험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 이상 발생하는 기간을 코로나의 파도라고 정의한다면, 제1차 파도는 2월 22일부터 짧게는 3월 14일까지 약 20일간, 길게는 4월 2일까지 약 40일간 지속되었다. 이 제1차 파도는 우리 사회를 빠르게 방역 중심주의로 재편하였다. 국민들은 코로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정부도 적절하게 대응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순발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최초의 국면을 지배했던 원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었고, 대구와 신천지교회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이후 약 4개월간의 소강 국면이 지속되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개념이 전면에 등장했고, 코로나 취약 집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제1차 파도에 의해 충격을 받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초유의 재난지원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일찍 코로나 유행을 경험하였고, 또 빨리 진정되었기 때문에, 한국은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되었고, 일부에서는 K 방역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마스크는 공공외교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상황에 대한 희망적 낙관적 전망이 ‘포스트 코로나’ 논의를 가능하게 했다.

방역 중심주의에 대한 도전과 일탈

그러나 광복절 휴가와 함께 제2차 파도가 밀려 왔다. 위기 상황에서 자학은 금물이지만, 봄이 온 줄 알고 겨울잠에서 깨어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주변에 찬 기운이 쟁쟁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아차’ 하는 개구리 신세라고나 할까.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당장 코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엄중한 현실 앞에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고육지책으로 2.5단계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8월 16일부터 시작된 제2차 파도에 직면하여 우리는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했다. 일부 교회지도자들은 정부의 방역 중심주의를 공공연하게 비판하고 무시했으며, 여기에 공공의료 확대 정책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반발이 겹쳐지면서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역에 대한 순발력보다 경제적 어려움과 일상적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는 지구력과 인내심이 더 중요해졌다. 방역 당국은 신체적 방역을 넘어 심리적 방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것은 곧 방역 거버넌스의 지속가능성에 방역 중심주의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사회 집단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이들과 공존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철학적 고민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역 중심적 거버넌스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들을 방역질서에 묶어 둘 수 있는 정치적 명분과 경제적 보상체계, 그리고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재정적 우려 때문에 정치권은 제2차 재난지원금의 원칙을 선별적 지원으로 하기로 합의하였지만, 전 국민 지원제도와의 논쟁이 남아있고 코로나 방역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경제적 인센티브도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장기 코로나 시대

제2차 파도가 정점을 지나기는 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 파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2차 파도가 끝나더라도 코로나 시대는 지속될 것이며, 올해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제3차 파도가 밀려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 곳곳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완성되려면 적어도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장기 코로나 시대인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와 함께 살게 되고, 나아가 지금 예상하지 못하는 또 다른 위험이 늘 우리를 괴롭힌다면, 많은 사회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왔던 사회의 질에 관한 논의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위기에 그때그때 대처할 수 있는 사회의 탄력적 전환능력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코로나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성공적 방역 여부는 코로나에 대한 민감성 뿐 아니라 사회체제의 지구력에 달려 있다. 그것은 경제적 불황과 사회적 스트레스에 오래 견딜 수 있는 능력인데, 그것은 사회구조와 제도 그리고 문화 등 여러 분야를 관통하고 있다. 그것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의 구성원들상호간의 격려와 배려를 핵심적 덕목으로 하고 있다. 나의 삶이 항상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 속에서 지속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쓴이 / 정 근 식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서울대 전 통일평화연구원장

*저서:〈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국제연대〉(공저, 한울, 2018)
〈평화를 위한 끝없는 도전〉(공저, 북로그컴퍼니, 2018)
〈소련형 대학의 형성과 해체〉(공저, 진인진, 2018)
〈냉전의 섬 금문도의 재탄생〉(공저, 진인진, 201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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