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천만원과 1억원의 차이
■사설-2천만원과 1억원의 차이
  • 김선욱
  • 승인 2020.09.2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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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과 강진의 문학(문화) 행정의 현실이다

‘문학 고을 장흥’이 자랑하는 소설가 이청준을 선양하는 ‘이청준 문학의 미래와 장흥의 상상력’이라는 주제의 사업이 9월부터 12월까지 3개 테마를 중심으로 진행된단다. 여기서 제1 테마는 ‘눈길’ 이어쓰기 공모전, 제2 테마는 이청준의 소설 ‘눈길’의 현장과 소통하는 영상물 제작, 제3 테마는 ‘이청준 소설의 의미 회상’으로 이청준 소설의 의미를 회상하는 전문가들의 강연의 영상 기록이다.

그런데, 장흥군은 동 사업에 대한 보도 자료를 각 언론사 등에 보내면서, 이청준기념사업회와 장흥별곡문학동인회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작고문인선양사업’에 공동으로 응모해 이청준 작가 선양사업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물론, 금액이야 크든 작든 어쨌든 문체부 공모사업에서 선정이었으니 성과이긴 하다. 그러나 동 공모 사업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과연 자랑할 만한 것이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문체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추진한 '2020년 한국 작고문인 선양사업 공모' 사업 건은 지난 8월 초에 공모를 시행하였고, 8월 18일 사업계획서 접수를 거쳐, 8월 26일에 최종 4개 기관을 선정한 국책 사업이었다. 이때 최종 선정된 4개 기관은, 강진군의 시문학파기념관이 기획한 '김영랑의 시혼 세상을 적시다'(애니메이션 제작)가 1억 원, 한국시인협회가 조정권 시인을 선양하기 위해 기획한 '청빙과 청빈 사이에서 웃다'가 6400만원, 장흥의 별곡문학회 등이 기획한 '이청준 문학의 미래와 장흥의 상상력'이 2000만원, 충주시민문학진흥회가 기획한 '권오순 작가를 기억하다'가 1600만원 등이었다.

이 사업의 공모 선정 후, 장흥군도 당연히 이청준 선양사업 선정에 ‘성과 운운’하며 자랑했지만, 강진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영랑 선양사업(1억 원)이 '2020년 한국 작고문인 선양사업 공모'에서 ‘대표사업으로 선정됐다’며 당당하게 자랑했다. 강진군은 누가 봐도 충분히 자랑할 만했다. 가장 큰 규모의 재원을 지원받게 되는 강진군의 선양사업이 선정됐으니 말이다.

장흥의 이청준과 강진의 김영랑, ‘문학특구’ ‘문림의향’이라 자임하는 장흥군의 문학과 문학자원으로 김영랑 시인 외는 별 자랑할 것 없는 강진군의 문학, 누가 비교해 봐도 그 ‘문학 자원’이나, 과거 현재를 불문하고 문학인 수에선 장흥이 강진을 압도하고도 남는다는데 이론을 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모 건이란 ‘현실’에선 1억 원과 2천만 원으로 그 대소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현실이란 게 다름 아닌 바로 ‘문학 행정’의 현실일 터였다.

더 살펴보자.

문체부로부터 공모 건을 접수한 장흥군 관련 행정측에선 장흥문화원, 장흥문인협회, 별곡문학회, (재)장흥문화공작소 등 지역 내 각 문학·문화 단체에 그 공모 건을 전자 메일로 전송해 주는 역할로만 그 일을 마무리 짓고 말았다. 누가, 어느 단체가, 누구를 선양 사업자로 선정하여 추진하든 말든 아무 상관도 않겠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공모 접수 시일이 촉박했고, 9월부터 12월까지 비대면으로 동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사업이어서 다들 거의 그 사업 추진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장흥문협 만큼은, 뒤늦게나마, 장흥에선 어느 단체에서도 공모를 준비하하고 있지 않다는 정보 등으로, 동 사업 추진을 본 격 구상하였다. 다만 당초부터 이청준 선양사업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이청준 기념사업을 주도해 온 별곡문학회가 있어, 후에 말썽의 소지가 있을 듯도 싶고 해서, 사업 추진 대상자에서 이청준 선생을 제외하고, 대신 아동문학가로 지명도가 있던 녹촌 김준경 선생을 대상자로 선정, 6000만 원 의 예산계획으로 공모 건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결국, 장흥문협의 녹촌 선생 선양 사업은, 별곡문학회가 암암리에 준비해 공모한 이청준 선양사업 건에 밀려 탈락하고 말았다. (한 지자체에 2건의 선양사업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문화 행정 측에서, 동 사업 건을 주도하거나 모두가 협의하도록 주선이라도 했었다면, 별곡문학회와 장흥문협 두 곳에서 각각 추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당초부터 ‘장흥에선 이청준으로 해야 경쟁력 있다’는 결론이 가장 유리한 국면이었을 터이므로, 이청준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사업계획도 최소 1억 원 이상으로 세워 접수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은 강진은 1억 원, 장흥은 2천만 원이라는 사업 건으로 마무리 됐던 것이다.

1억 원에 선정된 강진군을 어떠했을까. 당초부터 강진군은 군 행정에서 주도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행정 담당자가 시문학파기념관 관계자며 여러 문학 단체장들과 협의하여, 결국 시문학파기념관 주관으로 ‘김영랑을 선양하자’는 합의 끝에 공모사업 건에 경험이 많은 행정 측에서도 적극 협조하면서 공모 건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사업 공모 건을 여러 문학단체에 통보만 해 놓고, 하다못해 공모 건 참여 여부를 전혀 확인도 할 생각도 없고, 공모사업 계획 접수에 전혀 도움 같은 것도 줄 생각도 없이, 아주 무관심으로 내쳐놓았던 장흥군의 문화 행정과는 당초부터 사뭇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결국 1억 원과 2천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학(문화) 행정 현실의 차이는 어디 이것뿐이랴. 강진군은 올해로 17회째 영랑시문학(상금 3천만원)을 수상해 오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1930년대 시문학파 동인으로 활동했던 김현구 시인을 기념하는 제1회 현구문학상(삼금 3백만원)도 시상하고 있다.

‘문학의 고을’ ‘문림의향’의 메카라 자부하는 장흥에선 번듯한 문학상 하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청준기념사업회에서 주는 ‘이청준 소설 문학현장 기행문’ 공모에서 주는 상이 유일한데, 그나마 최우수상이 50만 원이고 우수상, 가작 등을 모두 합해야 고작 1백50여만 원 정도이다.

이게 오늘날 우리 장흥 문학의 현실, 장흥군의 문화(문학) 행정의 현실인 것이다.

장흥의 문화인들을, 장흥의 문학인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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