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속담(35)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 농사속담(35)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09.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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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농업기술센터장

이영민/장흥군 전농업기술센터장

논밭에 오곡이 영글어 간다. 금년처럼 전례 없는 장마는 역대 최장 기록을 갱신했다. 장마가 끝나나 보나 했더니 “바비” “마이삭” “하이선” 태풍 3개가 연속적으로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자연의 현상이 필연적으로 필요하지만 자연은 인간 생활 현상이 꼭 존재하여야 하는 조건은 아닐 듯싶다. 자연의 현상을 인간이 삶의 조건을 이유로 내세운 힘에 의하여 자연의 섭리를 어겨가고 있어 자연 환경 조건과 여건들이 변해가고 있다.

이렇듯 자연과 인간 사이 농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금년처럼 지루한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 좋지 않은 농작물들을 복구하고 관리하는 안타까운 농심을 위해서라도 후기 날씨라도 좋아서 땀으로 슬기롭게 넘기고 지킨 들판의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걷이가 되어 우리 농업인들의 마음 한 구석을 풍족하게 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는 뜻은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렛소리란 천둥소리라는 뜻도 있지만 수컷동물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를 말하기도 한다.

추분(秋分)은 24절기 가운데 열여섯 번째 오는 절기로 춘분으로부터 꼭 반년 만에 오는 날이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다. 추분날을 기점으로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며 가을 속으로 다가 들어간다. 그래서 '추분'이라는 말은 가을(秋)의 분기점(分)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옛 시절에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추분에 대한 음식은 고추도 따서 말리는 등 가을걷이를 하는 때로 깻잎, 호박순, 호박고지, 박고지, 고구마순, 가지도 이맘때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산채를 말려 묵은 나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때 시절음식으로 버섯 요리가 대표 음식이었다고 한다. 또한 추분에 부는 바람이 건조하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금년 추분 바람은 무슨 바람이 불런지! 하지만 9월 중순에 접어들어 있는 지금에도 지루한 장마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인지 하루 이틀 걸러서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 재촉은 안는다고 하지만 밭에 심을 작물들은 다소 걱정이 많다. 그래도 틈을 잘 맞춰서 심은 밭에는 지금 배추와 무우씨앗을 뿌려 막 싹이 자라기 시작하고 있다. 지속적인 천고마비 햇살이 기다려지는 지금이다. 우리 농사와 관련된 가사(歌辭)가 있어 잠깐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선생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이다. 이 가사는 전체 14단락으로 되어 있다. 12달의 12단락 전후에 서사단락(序詞段落)과 결사단락(結詞段落)이 부가된 것이다. 이중에서 '8월령(음력)에 백로와 추분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전래 내려오고 있다.

이 8월령에서는 중추(仲秋)인 8월의 절기와 백곡(百穀)이 영글어 가는 익음과 수확, 중추절을 위한 장터 흥정거리, 며느리의 친정 나들이 등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덕목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표현된 내용은 스케치북 속 수채화처럼 한 폭의 농촌생활을 눈앞에 그려서 보이는 듯하고 흥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우리 농촌 일상과 그 시절 생활 의식을 비교해 보면서 잠시 머리를 쉬어가 보았으면 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팔월령(※ 양력으로는 9월무렵에 해당됨)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로 돌아 서천을 가리키니
선선한 조석 기운 추의가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서 들리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을 성실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한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들어 고개숙여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이 일어난다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다래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구 장만하소
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요
나무군 돌아올 제 머루 다래 산과로다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아람도 말리어라 철대어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추양에 마전하고
쪽 들이고 잇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라
부모님 연만하니 수의도 유의하고
그나마 마르재어 자녀의 혼수하세
집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기명이라
댑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참깨 들깨 거둔 후에 중오려 타작하고
담뱃줄 녹두 말을 아쉬워 작전하라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일 쉬어 보세
신도주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받아 본집에 근친 갈 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웃 반물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금년 할일 못다하여 명년 계교 하오리라
밀대 베어 더운갈이 모맥을 추경하세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인공만 그러할까 천시도 이러하니
반각도 쉴새없이 마치며 시작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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