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과거의 성찰과 미래를 모색케 하는 두 문화에 대해
■사설 - 과거의 성찰과 미래를 모색케 하는 두 문화에 대해
  • 김선욱
  • 승인 2020.11.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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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감국사 충지 현창서예전’, ‘2020 마을문화축제’를 생각한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내일의 비전을 모색케 하는 문화 행사 2건이 동시에 장흥벌에 펼쳐져, 관심을 모았다.

과거의 성찰에 대한 문화는 지난 20일 장흥군민회관에서 개최된 서예가 치인 이봉준의 ‘원감국사 충지 현창전’이고, 내일의 비전을 모색케 하는 문화는 20일 장흥읍 평장리 마을회관에서 개최된 ‘2020 장흥마을문화제- “우리 마을로 간다” 문화 행사였다.

전자, 즉 원감국사 시문 88여 점을 가려 쓴 치인의 서예전은, 그동안 우리에게 거의 잊혀졌던 원감국사의 시문학을 오늘에 되살려 더욱 창창히 빛을 발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장흥군은 지난 2007년에 전국에서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될 만큼, 문학자원이 풍부한 문림文林의 고을로 자랑스러워하였고, 올해로 10회째 문학특구 포럼까지 개최해 왔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장흥 문학을 논할 때마다 기행가사의 효시가 된 기봉 백광홍의 관서별곡을 비롯 당대 ‘장흥가단長興歌壇辭’으로 불리만큼 많은 가사 문인과 가사의 작품 등 소위 장흥의 ‘가사문학’을 오늘날의 장흥문학의 시원쯤으로 생각해 왔으며, 그러한 장흥의 전통적인 문맥文脈이 길이 전승되어 현대에 이르러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걸출한 문인들과 150여 명의 등단 문인을 갖기에 이른 것으로 이해하여 왔다.

그런데 가사문학 이전 시대, 즉 가사문학보다 고문학 범주에 속하는, 장흥 가사문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시漢詩 등 한자문학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본지의 장흥 고문학 즉 한시문학에 대한 집중적인 취재 보도에 의해, 기봉 백광홍(1502∼1556)과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천방 유호인(1502∽1584)이 한시 100여 편을 작시作詩, 당대 장흥사회에서 한시 문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음을 밝혀냈으며, 천방의 제자 반곡 정경달(1542∽1602) 또한 한시 300여 편을 남긴 대시인이기도 했음을 고증한 바 있었다.

이어 장흥출신 인물로 최초의 한시를 작시한 이는 고려조 위계정(1038년?~1107)이었으며, 위계정의 3세손이기도 했던 원감국사 충지(1226∼1293)는 한시 240편을 비롯 산문 64편 등 총 304편의 시문을 남겼던, 고려조 장흥 출신의 대시인이었음을 이미 고증한 바 있었다.

더구나, 원감국사의 그 많은 시문 중 시로는 21편, 기문記文 등 산문이 55편 등 모두 76편이 승려에 대한 인식이 비우호적이었던 조선조 유학자들이 편찬한 고려조까지의 시문이 총망라된시선집 '동문선'에 수록될 만큼, 국사는 시문詩文의 문학성을 크게 평가받았던, 고려조 불교 문학의 최고봉이었던 인물이었음도 이미 고증한 바 있었다.

그러한데도 장흥군에서는 여지껏 원감국사의 문학성에 대한 조명이며 국사에 대한 선양사업 등에 잠자고 있던 실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장흥출신의 현대의 한문학자로 수십 편의 한시漢詩를 작시할 수 있을 만큼 한문학에 해박한 서예가 치인 선생에 의해, 국사의 주옥같은 한시 88점이 서예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이 어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이번 치인의 국사의 한시 현창전을 계기로, 우리 지역에서도 국사의 한문학 등 문학성에 대한 조명운동과 다양한 선양사업 등 다채로운 현창사업들이 펼쳐짐으로써, 우리 장흥인들의 자부심 제고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전자의 문화행사가 과거의 성찰을 통하여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컸다면, 후자 즉 ‘2020 장흥마을문화제-우리 마을로 간다’의 문화행사는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활기를 잃고 피폐화가 가속화 되는 우리 공동체 ‘마을’에 아연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지속 가능한 마을 문화의 태동’과 ‘마을의 신문화 창출’이라는 미래의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그렇다. 우리들이 태어나고 살았던 공동체 마을이 무너져가고 있다. 얘들 울음소리도 끊긴지 오래이고 나이든 어르신만이 마을에 남아 마을을 지켜내고 있다. 활기와 활력이 넘쳐났던 마을의 모습은 어련한 추억 속에서 갇혀 있을 뿐이다. 반세기 쯤이면 지금의 마을들 태반이 사라져갈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농어촌 마을의 소멸...이것은 불가항력적일지 모른다. 그래서 최근 들어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가 이제는 농촌 마을에서 적용되고 있거니와, 그 소멸이 당위일지라도, 지금 당장은 활기,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더 시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마을 문화제에서 (사)장흥문화공작소가 주관하고 사진가 마동욱이 사진을, 인문학활동가 문충선 서산미 류은숙이 글을 담당했다. 그리고 전시 공간은 내버려진 마을 창고를 대여, 전시공간으로 창출해냈다.

그 마을에서 평생을, 반평생을 숱한 애환을 겪으며 지탱해 온 마을 사람들의 그 삶의 흔적을, 그 마을의 역사를 사진으로 담고, 글로 담아내 작품화하여 그 마을 창고 공간에 전시한 것이다.

그 마을의 역사가 사진과 글로, 그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둘러보며 회한에 젖기도, 빙긋이 웃기도 하는 그 표정들과 함께 그 ‘마을 역사’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곳은 하찮고, 내버려진 마을 창고라는 공간이었다. 그곳이 그 마을의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고 마을에 활력을 넣는모멤텀이 되며 새로운 문화마당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번 장흥에서는, 아니 전국적으로도 처음으로 추진된 ‘마을문화축제’가 적잖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최소 몇몇 군데서 더 펼쳐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신선한, 획기적인 발상이고, 무엇보다 마을공동체를 되살리는, 힘을 잃어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신마을 문화’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단초와 그에 대한 모색의 방향성을 이번 (사) 장흥문화마당의 마을 문화축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세월이 지나면, 그 마을들이 점점 생기도 잃고 점점 사라질 것이다. 그 사라지는 마을에 촌노들만이 지금 외롭게 버텨내고 있다. 그 마을에 활기를 불러 넣는 문화운동이 무엇일 것인가? 바로 이 길을, 그에 대한 비전의 하나를 이번 마을문화제가 제시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사)장흥문화공작소 주관의 마을 문화제 같은 성격의 신마을 문화운동이 지역 내 곳곳에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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