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속담 38 - “한 톨의 쌀을 생산하는데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
■ 농사속담 38 - “한 톨의 쌀을 생산하는데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1.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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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 센터장

이영민/전 장흥농업기술센터장

경자년 십이월 하순 끝자락은 지난해 겨울엔 느끼지 못했던 추위와 눈으로 매섭게 며칠간 옷깃을 여미도록 해주었다. 이른 아침 마당 눈을 쓸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예전의 초가지붕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은 아니지만 물받이가 설치되지 않은 지붕엔 모처럼 고드름이 퉁겁고 길게 매달려 있다.

이맘때면 우리 농가들이 다소 한가한 시간이기도 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따뜻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 농가에서는 지금쯤엔 금년에 심어야 할 벼 종자 선택도 농가별로 나름 준비가 끝난 시기다.

금년에도 각자 토질에 맞는 좋은 종자를 잘 선택해서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우리 농부들이 여름 내내 흘린 땀이야 그릇에 다 담을 수야 있을 것인가 마는 벼와 관련하여 ‘일미칠근(一米七斤)’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농부가 한 톨의 쌀을 생산하는데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말이다.

우리 농부들 마음의 정성과 노력이 쌀 한 톨 한 톨에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를 한마디로 나타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것뿐이랴 한자의 쌀 미(米) 자를 풀어서 파자하면 ‘八十八(88)’이 된다. 이 뜻은 쌀 한 톨에 여든여덟 번의 농부의 손이 간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볍씨를 파종해 모를 길러서 로타리를 쳐서 심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하고 물 관리를 하고 수확을 해서 건조를 하여 방아를 돌려 찧어서 생산되는 한 알의 쌀이 웬만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내 주는 말일 것이다. 쌀농사를 지으면서 농부가 흘리는 땀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농부는 하늘도 못 막는다는 부지런함으로 산다고 한다. 게으름을 피우면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없는 법이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하여 생산되어진 쌀 한 톨이 밥으로 변하여 진다

숟가락에 실려 입으로 들어가는 쌀 한 톨이나, 밥상에 떨어진 밥티 하나나, 먹고 남은 밥그릇에 붙어 있는 밥 한 알이나, 물그릇 밑에 남아 가라 앉아있는 밥 한 톨이나, 똑 같이 일곱 근의 땀이 적셔 들어 있다.

하루 세끼 밥을 먹을 때마다 바라보는 밥알 한 톨 한 톨 마다의 심오한 가치가 들어 있다는 것을 누구든지 잘 느끼고 있듯이 우리 생명을 이어주는 한 톨의 의미가 갖는 철학이라고 말하더라도 틀린 말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구조의 변화, 산업경제기반의 변화, 생활 습관의 변화에 따라 식문화 즉 식생활의 변화가 급격이 변화되어가는 시기여서 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요즘 쌀 한 톨의 의미를 너무 가벼이 여기지나 않나 싶어 여간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먹을 량만 적당히 덜어서 먹으려고 대부분 노력들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적당량만 먹으면 좋으련만 일부 제대로 먹지 않고 버려지는 밥이 상당량에 달한다. 1년 동안 논바닥에서 휘어지는 등뼈를 고쳐 세울 사이도 없이 들판에서 힘들게 일하는 농부가 쌀 한 톨의 땀에 얼룩진 사랑의 값을 저울질 한다면 그처럼 쉽게 밥을 버릴 수도 없을 텐데 말이다. 벼 품종 개량이 덜되던 시절 수확이 변변치 않아서 벼 이삭을 주우러 다니시던 어르신들의 애타는 노력과 통일벼냐, 일반벼냐하고 따지고 구분하던 시기 전에 쌀이 모자라 정부에서 쌀 막걸리를 만들지 못하도록 계도하던 때도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밥알 하나, 밥 한 그릇에 몇 명의 입이 연명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차가운 방바닥에서 얇고 낡은 이불조차라도 만족해하며 지내고 있을지도 모를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그리고 노숙자들 중에서는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쌀이란 바로 생명을 잇는 수단이다. 잊혀져 가는 옛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모두가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

금년에 파종하려고 현재 준비해 놓은 벼 종자가 내게 알맞은 품종인지 다시 한 번 확인 한번 해보자. 그리고 우리가 지난해 세웠던 계획들이 목표에 얼마나 달성 되었는지도 한번 재평가해 보아서 금년 신축년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자료로 활용 할 수 있도록 정리해 보는 연초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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