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영 시집 《두 번째 농담》 펴내
문정영 시집 《두 번째 농담》 펴내
  • 김선욱
  • 승인 2021.08.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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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인간의 새로운 생존법 모색, 제시

“4차 5차 혁명에 우리는 AI와 어떻게 공존할까? 그때에 사랑, 이별, 고통은 어떻게 변할까? … 시집의 고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나가자 했다. 해설 대신 시산맥 회원들의 추천글을 다수 게재하였다.”

계간 《시산맥》 발행인이며 장흥 출신 시인인 문정영 시인이 ‘시산맥 시혼시인선 014’로 여섯 번째 시집 《두 번째 농담》을 출간하며 ‘시인의 말’에 쓴 해명 글이다.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총 4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AI시대의 생존법을 모색하고 고민한 이번 시집에서 대표시라 할만한 시 ‘넷플릭스’ 역시 4차 업혁명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랑법을 제시하고 있다.

꽃을 꽃으로만 보던 절기가 지났다

계절이 꽃보다 더 선명하게 붉었다

그때 당신은 열리는 시기를 놓치고,

나는 떨어지는 얼굴을 놓쳤다

되돌려볼 수 있는 사랑은 흔한 인형 같아서

멀어진 뒤에는 새로운 채널에 가입해야 했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당신은 귀하지 않았다

공유했던 두근거림이 채널 뒤의 풍경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캄캄한 시간을 스크린에 띄우고

당신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지우기로 했다

사랑을 자막처럼 읽는 시절이 왔다

눈에 잡히지 않은 오래전 사람처럼 자꾸 시간을 겉돌았다

나를 의자에 앉혀두고

당신은 생각에서 벗어난 생각을 보고 있었다

느슨해진 목소리가 사랑을 끝내고 있었다

툭 툭 우리는 같은 의자에서 서로 다른 장면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중이었다

- ‘넷플릭스’ 전문

현대, 즉 넷플릭스 시대엔 꽃을 꽃으로만 보던 절기는 과거일 뿐이다. 계절이 꽃보다 더 선명해서 현상 너머의 세계를 인식해야 한다. 이미 기존 것들은 “시기를 놓치고”, “얼굴을 놓친” 과거형이다. “되돌려 볼 수 있는 사랑은 흔한 인형” 같을 뿐이다.

하여 AI시대의 사랑은 “새로운 채널에 가입해야” 하고, 그 사랑은 누군가 읽어서 해석해 주는 "자막” 처리된 상황 같은 사랑인 것이다.

기존의 사랑법도 변화된 것이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당신은 귀하지 않았다” “공유했던 두근거림이 채널 뒤의 풍경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는 같은 의자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장면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다.

시인은 이처럼 사랑이라는 이름 때문에 비록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기존의 사랑과는 다르게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없는, 전혀 다른 새로운 AI시대의 사랑을 예견하고 있다.

마종덕 시인은 ‘추천글’에서 “농담으로 건넨 말이 농담이 아니었을 때, 농담이었으면 했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미처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난감해진다”, “문정영 시인은 …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I의 감성은 어떤 구조로 변화할 것인지, 장차 인간의 생존은 가능할 것인지 위험을 감지한 시인이 보내는 신호는 몇 천년 전 우주를 떠돌던 질문 하나를 앞에 두고 있다. 시인은 농담이 아닌, 농담 같은 미래가 오고 있음을 맨 먼저 인간의 입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평했다.

문정영 시인은 장흥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1998년) 《낯선 금요일》(2004년), 《잉크》(2009년) 《그만큼》(2014년) 《꽃들의 이별법》(2018년), 《두 번째 농담》(2021년) 등을 펴냈다. 계간 《시산맥》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동주문학상의 대표와 지리산문학상 공동 대표로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3회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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