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수 / 시인. 수필가


단풍
여름 잎 하나
새벽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가슴 속살을 꺼내 놓았다
오래전에 묵혀둔 꽃물을 쏟았다
망울망울 몽올진 처참한 꽃물이다
속살이 뚝뚝 떨어진다
허기진 고통을 묻었기에 진한 향기를
털어내는 가을꽃이다
바람에 물든 게 아니다
선홍빛 흥건한 내 빛깔이다
시월 저녁, 강울음을 위로하는
노을 닮은 꽃이다
서러운 빛깔이 진다
속살이 뚝뚝 떨어진다
고통을 털어낸 장승 하나가
검버섯 돋아내며 내려놓은
지는 꽃이다
이것이 꽃이다
*유용수는 《문예운동》에서 시로 등단, 《한울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원. 전남문인협회이사로 재임 중이고 전남수필문학이사. 장흥문인협회 사무국장. 국사편찬 사료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수필집 <암자에서 길을 묻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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