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림백모단차(寶林白毛團茶) 재현과 활용방안에 대한 小考(하)
■특별기고 보림백모단차(寶林白毛團茶) 재현과 활용방안에 대한 小考(하)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9.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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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호 (야천서학연구원장)

○ 초의, 지인과의 교류시를 통해 본 초의차

①1830년, 금령 박영보의 <남다병서> 시

“(중략)

~ 기이한 향 오래도록 묻혔다가 드러나니

봄날이면 대 광주리에 따온 것이 인연됐네.

하늘에 뜬 달인 듯 용봉단차는 작게 빚자

법제 비록 거칠어도 그 맛은 좋다네.

초의선사는 정업淨業에 힘 쓴지 오래인데

농차濃茶로 묘오妙悟를 얻어 참된 선을 깨달았네.

~ 두강頭綱으로 잘 만든 단차를 가지고 왔네.

오랜 벗이 나에게 옥돌과 함께 주어

희고 곱게 흩뿌리자 자리가 환해지네~”

초의차는 대광주리에 담고, 달처럼 둥근 오래된 작은 단차가 모양은 볼품없이 거칠어도 맛은 좋았다 평하고, 차를 마시는 방법은 옥 맷돌에 갈아 가루를 내서 마신다는 표현과 “희고 곱게 흩뿌리자 자리가 환해지네”라는 시구에서는 떡차를 가루 내어 마신 것으로 표현되어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이는 당시 중국의 음다풍 즉, 단차 마시는 전통풍습인 자다법 또는 전다법에 따른 것이며, 작자의 음다 습관 일 수 있다고 판단되어 진다.

②1830년, 박영보의 스승인 자하 신의의 <남다시병서>

“~골짜기 난향을 아는 이 없는데 초의스님 두 손으로 움켜 따는구나.

절집에 곡우비 흩날리는 시절에 새 떡차 찌고 말려 붉은 비단에 넣었다네.

~암자 앞 죽순껍질 직접 싼 것 기억하니 제기(당나라 시승)의 묘한 솜씨인 듯 잇속에서 향기 나네.”

자하 신위는 향 사르고 차 달이는 일에 평생을 보냈다고 회고한 것처럼 차벽이 심한 사람이다. 중국 수입차를 많이 마셔 온 그가 초의차를 대하면서 남다른 칭송을 하여 이를 계기로 초의는 신의로부터 받은 전다(煎茶)박사의 칭호로 명성을 높이게 된다.

③1831년 8월, 초의에게 보낸 신위의 두 번째 시제

“草衣茶余贈錦舲詩韻 甚佳 故更用原韻賦示 時草衣爲其師玩虎大師 建三如塔

乞銘詩於海居都尉 乞序文余 而遺以四茶餠 卽其手製 所謂寶林白茅也 詩中幷及之”

초의가 내가 금령에게 준시를 차운했는데 매우 아름다웠다. 그래서 다시 원래 운자를 써서 시를 지어 보인다. 이때 초의는 스승 완호대사의 삼여탑을 세우기 위해 해거도위(홍현주)에게 명시를 청하면서 내개도 서문을 부탁하며 떡차 4개를 보내 왔다. 이 떡차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것으로 이른바 보림백모라는 것이다

여기서 보림백모차는 초의 자신이 보림사 대밭에서 직접 따서 만든 차로 4개의 떡차를 드린다고 하여 한 개씩 포장이 상당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백모는 갓 나온 여린 잎이 보송보송하여 흰빛이 도는 첫물차로 만든 고급차이다. 1831년에 스승 완호스님의 탑비명을 받으려 신위를 만나기 위해 한양을 가면서 이른바 보림백모차 4개를 만들었는데 이 차를 받은 신위자하, 이산중, 금령박영보는 그 차를 예찬했다. 추측컨대 이때에 처음으로 큰 단차인 보림백모를 폐백선물로 가져간 것이며 이전에는 소형 단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④1838년, 다시 한양에 완호스님의 사리탑기 글씨부탁으로 갔으나 신위는 만나지 못해 대신 신위가 시를 지어 화답한다.

“∼불로 고심하여 사리탑기 청하면서

보내온 수제차가 산방에 이르렀네.

가만히 기울이며 자구(瓷甌)빛깔 완상하고

포장 풀자 우선 댓잎향기 풍겨온다.~”

초의가 가져온 떡차는 옹기 질그릇에 담겨 대나무껍질(죽순피)로 포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⑤1841.3월, 초의는 삼여탑비문의 완성본을 받기 위해 편지와 수제차를 다시 신위에게 보내니 다시 신위가 답장한 시에도 좋은 차를 보내주어 감사함을 표한다. 그해 여름에 쓴 시의 주석을 보면,

“이날 저녁에 좋은 샘물을 길러와 초의가 부쳐준 단차를 끊였네(是夕汲名泉 瀹草衣所寄團茶)”

여기서도 작은 크기의 전차(錢茶)가 아닌 상당한 크기의 단차(떡차)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듯 신위의 관련 자료에서는 차를 찌고 말려 만든 단차 또는 떡차(차병)표기가 나오고 죽순껍질로 포장했으며, 백모, 즉 어린 찻잎을 따서 만든 최고급 떡차임을 알 수 있다.

⑥이유원(1814~1888)의 가고오락 중 보림사 죽로차 시

“~어쩌다 온 해박한 정열수선생께서 절중에게 가르쳐서 바늘 싹을 골랐다네.

천 가닥 가지마다 머리카락 엇짜인 듯한 줌 쥐면 웅큼마다 가는 줄이 엉켰구나.

구증구포 옛 법 따라 안배하여 법제하니 구리 시루 대소쿠리 번갈아서 방아 찧네.

~ 광주리 소쿠리에 종이 표지 붙이니 우전(雨前)이란 표제에다 품질조차 으뜸일세.

~ 초의스님 가져와서 선물 드리니 산방에서 봉한 편지 양연 댁에 놓였었지

~ 고경(古鏡)스님 홀연히 차 한 봉지 던져주니 둥글지만 엿 아니요, 떡인데도 붉지 않네.

끈에다 이를 꿰어 꾸러미로 포개니 주렁주렁 달린 것이 일백 열 조각일세.

~ 백 번 천 번 끊고 나자 해안(蟹眼)이 솟구치고 한 점 두 점 작설雀舌이 풀어져 보이누나.“

전반부에는 다산선생이 보림사 죽로차의 제법, 특히 구증구포법을 스님들에게 가르치며, 방아를 찧어 만든 떡차(또는 차떡)을 우전으로 이름 한다는 내용과 신위(양연)에게 선물했다는 차는 보림백모차이다.

후반부에는 고경스님(1882~1943, 해인사주지)이 전해 준 차가 일찍이 보았던 초의스님차로 적은 단차꾸러미로서(돈차형태) 끊이니 어린 찻잎이 풀어져 보인 것으로 찧지 않는(또는 성기게 찧은)듯한 떡차로 보여 진다. 특히 “한 점 두 점 작설雀舌이 풀어져 보이누나”의 표현에서는 잎차, 산차를 덩어리형태로 긴압하여 만든 단차로서 자다법(煮茶法)으로 달이니 뭉쳐있는 찻잎이 풀어지는 모습을 묘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찻잎을 찧어 가루내지 않고 머리카락이 엇짜인 것처럼 뭉쳐서 만든 지금의 청태전과 유사한 차임을 알 수 있어 보림백모차와는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시는 초의가 입적(1866년) 한 후에 고경스님이 구해 온 상당히 오래 보관된 초의차에 대해 음미하고 전반적인 품평과 기록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⑦ 이유원의 <乞茶申判樞>시

“연로하신 초의스님 이름난 차 가려내니 중국에서 옮겨 심은 차 싹 절로 넉넉하다.

~ 대껍질로 꽁꽁 싼 것 새 제품임을 알겠고 글씨 위로 터럭 돋아 얼마 안 된 줄 안다네~”

신판추(신헌)에게 초의차를 구걸하는 내용의 시로서 초의가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차를 만들어 대 껍질로 잘 포장하였다는 차는 보림백모차이며, 그 위에 차 이름을 새긴 것을 알 수 있다.

⑧1878년, 범해의 시 <초의차>

“곡우에 이제 갓 날이 개어도 노란 싹은 아직 펴지 않았네.

빈 솥에 세심하게 잘 볶아내어 밀실에서 잘 말리었구나.

잣나무그릇 방원으로 찍어내어 대껍질로 마르재어 포장한다네

잘 간수해 바깥기운 단단히 막아 한 사발 향기 가득 떠도는구나.”

범해 각안(1820~1896)은 초의스님 법제자로서 차약설, 차가 등 다시를 많이 남긴 차인이다.

이 시에서 초의차는 어린 찻잎을 볶아 방원형태로 찍어 내 건조한 차이며, 이를 죽순피로 포장한다고 하였으니 당연히 큰 덩이의 초청떡차를 말함이다. 이 시는 초의가 입적한 12년 후의 시로써 초의차가 12년 이상 저장 보관된 차를 마시고 난 후 쓴 작품으로 보인다.

다. 보림백모차의 모습

이상의 사료내용으로 비추어 볼 때 초의는 제다 시 댓잎을 함께 넣어 증제하여 만들기도 했다는 기록처럼 다양한 제다법을 나름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의와 동갑내기 친교를 한 추사와 차 관련 편지에는 1842년에 차포(초배산차)를, 1843년에는 차전(덩이차)을, 1844년에는 떡차를, 1847년에는 소단차를 받았거나 요구하고 있다.

초창기엔 산차를 만들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여러 가지 사유(보관, 유통 및 음다풍 등)로 증청병차(蒸靑餠茶) 즉 떡차를 만들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 떡차도 동전모양의 소형과 나중에는 보림백모처럼 상당한 크기의 단차를 만든 것으로 사료된다.

초의차가 산차인가 또는 잎차를 긴압한 단차인가는 차의 제다과정에서 유념(비비기)과정의 여부가 기준으로 볼 수도 있다. 산차는 침출이 용이하도록 반드시 비비기 작업을 해야 하지만, 단차인 경우에는 긴압과정이 유념효과를 대신할 수 있어 어린 일창일기 찻잎은 생략하거나 약간의 유념만으로 할 수도 있다. 특히 보림백모차처럼 어린잎을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찌고 찧고 말리는 청태전과는 달리 보림백모차는 찧는 과정이 없이 바로 긴압하여 말리는 증배단차(蒸焙團茶)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초의는 1831년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산차류와 소형 단차류를 제다했고, 이후에는 소형단차와 함께 보림사의 죽전에서 여린 찻잎을 따서 귀한 선물용으로 적은 양의 보림백모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 보림백모 단차의 재현을 위한 시도

보림백모차의 재현을 위해 2020년도 상표등록(다소원 보림백모)을 하였고, 이어 홍보물제작으로 엽서규격의 카드제작을 마쳤다.

 

 

 

상표등록 2종-보림백모,보림다향

 

 

 

홍보용카드-보림백모

 

 

 

또한 본 차의 재현을 위해 제다업체인 다소원(대표 백순덕)과 공동으로 다음의 사항을 추진하였다.

제다법은 본 지역의 야생차로서 4월 중순의 첫물차를 재료로 하여 채엽 - 위조 - 유념 - 발효 - 증제 - 성형 - 저장 - 보관의 순으로 하였다.

형상은 중심부가 두터운 돌출형 원형이며, 이면은 중심부가 원형으로 함몰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제품의 건조와 절단의 편의를 위한 구조이다.

완제품의 규격은 원형으로서 지름이 7.5cm, 두께가 가장자리 1.5cm. 중심부 2.0cm이며, 성형시의 무개는 75g∓0.5g이다(청태전의 약 3배).

긴압장치를 이용해 제작된 최종 제품은 사진과 같다.

재현한 보림백모단차 모습(전,후면)

 

 

 

 

 

 

보림백모차 포장상태

 

 

 

한편 청태전 및 보림백모차의 제다를 위해 성형장치(긴압기)를 개발하여 실증시험을 거처 현재 디자인 등록 중에 있다. 이는 기존의 손틀에 의해 만드는 방법보다 성력화 된 방법으로 3배의 노동력 절감과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실증되었으며, 긴압장치에 떡차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성형틀의 종류를 바꿔 채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차긴압장치

 

 

 

 

단차성형기(소형/청태전용)

 

 

 

성형기(중형/보림백모차용)

 

 

 

마. 다양한 차 문화의 수용을 위해 실체적 접근이 필요

우리 지역에서 청태전을 복원 사업화하니 경쟁적으로 인근지역에서 뇌원차를 복원해야 한다고 하고, 다산의 제자인 이한영선생의 후손이 백운옥판차를 상품화 하고 있다.

이처럼 실체의 증명이 어렵고 자료가 불명확한데 따른 복원이나 재현은 사실상 장님이 코끼리 만진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고 혹평하거나 폐기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 시대에 맞추어 재발견한다면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차의 제법과 음다법이 시대에 따라 그 변천을 달리하여오고 있어 문화적 변천은 당연한 것이다. 의식주생활 패턴에 따라 특히 식문화의 다양화로 세계적인 상표로 유통되고 있는 차 음료 산업도 이미 넘쳐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전통 차 음료를 재조명하는 것도 시대를 선도해 가는 시발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법고이지변 창신이능전(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이라 하여 옛것을 본 받되 변모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 때는 능히 법도에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옛것을 버리지 않고 재발견-재창조하는 기본을 갖춘다면 오히려 역사의 흐름을 거슬리지 않은 것이니 마땅히 장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상업성이나 우월, 경쟁적 의식 보다는 우리 지역 과거역사를 다시 찾아내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여 향후 우리 지역차 문화와 전통을 계승발전하기 위한 실체적인 노력이 강구되어져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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