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슬로시티 재인증 … 5년 후에 다시 탈락되지 않으려면
사설 - 슬로시티 재인증 … 5년 후에 다시 탈락되지 않으려면
  • 김선욱
  • 승인 2022.04.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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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부서, 교육 수행 철저 … 슬로시티의 ‘공유(共有)의 가치’ 실천돼야

장흥군이 9년 만에 슬로시티로 재지정을 받았다.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지난 4월 12일 장흥군에게 국제슬로시티 인증서와 인증기를 전달했다. 이로써 장흥군은 오는 2027년까지 5년 동안 국제슬로시티 회원 도시의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그런데 장흥군의 슬로시티 지정은 이번이 두 번째이고, 5년 후에 다시 9년 전처럼 재인증에서 탈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므로 이번 슬로시티 재인증과 관련, 장흥군은 슬로시티 정신을 철저히 실천하여 장흥군이 항구적으로 슬로시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슬로시티 장흥’이라는 상징어가 오래도록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문명권이 펼쳐지는 향후 시대에 그 생태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장흥의 빛나는 이미지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1일, 장흥군은 완도, 신안 등 4개 지역과 함께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열린 슬로시티국제연맹 총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됐다.
슬로시티 지정은 2006년 3월 슬로시티 국제연맹 창시자 파올로 사투르니니 시장 초청과 유치신청서 국제연맹 제출(4월), 현지 실사(9월) 등의 절차를 통해 이뤄졌으며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장흥군 장평면-유치면과 담양군 창평면, 신안군 증도면, 완도군 청산면 등 4곳이 슬로시티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장흥군은 슬로시티로 지정으로, 이후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슬로시티 관련 브랜드를 육성시켜 주민소득과 웰빙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유치면은 수려한 산악 경관 속에 표고재배, 장수풍뎅이 자연학습장, 친환경농업 등을 각각 특성화해 나갈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장흥 고유의 ‘느림 세상 사업’을 펼쳐온 장평면 우산리 지구는 더욱 업그레이 된 생태 관광산업을 육성시키는데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2013년 7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5년마다 진행하는 슬로시티 재심사에서 장흥군은 슬로시티에서 탈락되고 말았다.

왜 장흥군이 슬로시티에서 탈락되었을까.

한 마디로 일부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상업화돼 영리를 추구했고 이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공동체적 삶을 영위한다’는 슬로시티의 기본 정신과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주된 탈락의 요인이었다.

또 장흥 장평면과 유치면은 ① 5년간 추진한 슬로시티사업에서 실적 자료가 불충분했고 ②관련 사업과 슬로시티와의 연관성이 부족했으며 ③ 지역민, 청소년 등에 대한 슬로시티 교육 이 미흡했고 ④ 슬로시티 업무에 대한 전담부서 없이 문화관광과가 담당했으며 ⑤ 슬로푸드 식당 부재, 낮은 공무원 인식도, 주민들 삶의 질 향상 무관심 등이 낮은 평점을 받았고 ⑥ 건물 등 하드웨어 기본 구축 분야에만 치중했으며 ⑦슬로시티협의회의 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 점 등이 탈락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관광과 체험 위주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일부 영리를 추구한 측면이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또 주민 위주의 운영 방식이라기보다 사회적 기업 성격의 협의체가 운영을 맡고 있어 애초 의 지정 취지에 어긋났다, 2002년의 방문객 수도 2001년 보다 10% 이상 감소한 점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장흥은 슬로시티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돼 표고버섯 등 특산물 판매와 관광객 유치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또 장흥군은 슬로시티 인증 탈락으로 그 해 10월까지 지역 농수축산물 등 90여종에 활용해 온 슬로시티 로고를 모두 삭제해야 했고 그동안 각종 농촌 체험상품에서 슬로시티 브랜드 의존도가 컸는데 슬로시티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지역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받을 타격이 만만찮았다.

이제 장흥군은 9년 전 슬로시티 탈락의 교훈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슬로시티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모든 슬로시티의 관련 예산이며 사업을 관장하고 주민들에게 슬로시티 취지와 정신을 교육하고 홍보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신설돼야 한다.

무엇보다 슬로시티 정신의 실천이 중요하다. 슬로시티(Slowcity)는 주지하다시피, 기본적으로 ‘느리게 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이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 즉 ‘빨리 그리고 많이’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모든 주민이 여유 있고 즐겁게 산다’는 취지가 바로 슬로시티의 정신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먼저, 현대 산업사회가 추구해 온 자연‧환경의 파괴가 아니라 자연‧환경의 보존과 조화가 전제한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삶의 공유도 전제한다.

슬로시티 운동은 저비용 고효율의 가치를 지닌 민간 주도의 건강한 사회운동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사람 중심의 시민운동이다. 빠름이 대세인 시대 흐름에 '역행'하지만, 되레 인간성 회복,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운동인 것이다.

이러한 슬로시티 정신의 근저에는 ‘공유(共有)의 가치’가 전제한다.

자연과의 공존, 공유가 그 첫째이고 인간과 인간의 공유가 두 번째 전제이다.

슬로시티는 인간의 경제 시간이 지구 생태계의 시간을 앞지르면서 초래된 ‘지구 위기’ 문제를 바로잡는 솔루션으로 대두된 생태문명의 위기에 그 맥이 닿아 있다. 즉 20세기, 21세기 초의 산업‧과학 문명권이 가져온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등에 맞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요청받고 있는 ‘생태문명’에 그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 생태문명은 바로 자연과의 공존, 자연과의 공유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자연과의 공유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공유의 가치도 전제된다.

자연과 공유를 통해 ‘보다 여유있게 보다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가 담겨 있고, 이러한 인간 삶의 질적인 행복은 바로 공유의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 공유의 가치는 행정당국과 군민, 주민과 주민간의 공유뿐만이 아니다.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과의 공유도 의미한다.

이러한 슬로시티 정신에 대한 이해,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슬로시티 정신의 구현은 바로 앞으로의 생태문명권을 선도할 수 있다는 비전도 있다는 것이다.

‘슬로시티 장흥이 생태문명을 선도한다’는 이 비전은 장흥을 말 그대로 길게 흥하는 장흥으로 만드는 첩경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장흥이 오래도록 슬로시티로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장흥’의 미래가 바로 슬로시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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