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10월이면 유독 천관산이 생각나고 마음도 바쁘기만 하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득량만의 파도소리와 어우러진 하얀 억새꽃은 반가운 손님을 반기듯 울렁거리고 고개를 숙여 끄덕끄덕 인사를 한다.
기자는 매년 이맘때면 천관을 찾는다. 오늘따라 날씨가 청명하고 어민들의 바쁜 일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억새꽃은 타오르고 일찍 핀 억새꽃은 자지러지게 지은 듯 우뚝 서있기만 하고 절정을 이룬다.
“아따 억새꽃이 옛날 같지는 못하지만 무지하게 피어 부렀네” 등산객들의 말이다. 천관산 상봉에 올라가면 어느 누구도 순간적으로 터트린 말들이다.
또한 등산객들은 환하게 웃음 지으며 억새꽃 속으로 달려 들어가 사진을 찍어댄다.
빽빽이 피어난 억새꽃은 한창 절정을 이루고 때 맞춰 바닷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놋바람이 하얀 파도같이 출렁거리고 한창 즐기다 보면 목이 탄다.
그러나 실망을 안겨준다. 쫒기 듯 땀을 흘리면 목이 타고 정상에 있는 약수물이 생각나 찾게 되는데, 올해는 남부지역의 가뭄으로 약수물이 다 말라버리고 옛 약수물은 구경조차도 할 수 없어 목이 더 탄다.
그러나 입을 크게 벌리고 놋바람을 마시며 목 타는 가슴을 활짝 편다.
억새꽃의 장관을 보기 위해 천관산을 찾으려면 필히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반길에 만난 광주에 사는 정모 씨 일행들은 “전국의 유명산을 돌아다녀 보아도 적당한 등산코스는 천관산이 최고이기에 전국의 등산객들에게 권유하고 싶다”며 말을 던진다.
천관산 억새는 10월 한 달 동안 절정을 이룬다.
꽃은 더욱 화사하고 꽃같이 웃는 사람들 사이에 억새가 있어 찾는 관광객들이 더욱 정겹고 아름답기만 하다. 연대봉을 경유하고 구룡봉에 도착하면 허기라도 들 듯 먹거리를 찾게 되고 가을 전어가 생각나며 도시락을 펼쳐놓으면 진수성찬이이요 특유의 별미를 맛을 보고 서서히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