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실/시인, 장흥문협 회장
말의 온도
동창 모임 나가려면
얼레빗으로 빗고 참빗으로 빗어
마음을 정갈하게 빗고 나가자
어떠한 말이 오고 가도 흐트러짐 없도록
갑 계 모임 나가려면
마음에 갑옷을 입고 나가자
송곳 같은 말 칼날 같은 말
어떠한 말이 오고 가도 상처받지 않도록
취미활동 나갈 때는
마음에 잣대를 지니고 나가자
너무 가까이하다가 뜨거워데고 멀어지면 춥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온화한 말 오고 가도록
동문회 나갈 때는
마음에 보자기 하나 담아 나가자
이런저런 선후배 말다툼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 안아 보자기로 덮을 수 있도록
나이 들어 동창 모임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건강히 살아 있다는 증거요
동갑내기 모여 수다 떨며 털어내고자 함은
젊어 고생 노역이 쌓여 인이 박인 것
내 입맛에 맞다 안맞다 말하지 말고
모두의 입맛이 다르다는 것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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